아쉬움 가득...가족들 배웅받으며 작별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벌써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추석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지역에 대설·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고향을 찾아 나흘간의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낸 귀성객들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막바지 귀경길에 올랐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열차와 버스에 몸을 싣는 귀경객들로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광주송정역. 쏟아지는 눈발과 매서운 추위에 두꺼운 옷을 껴입은 귀경객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모님이 싸준 명절 음식이나 과일을 비롯한 선물을 양손에 가득 쥐고 역을 찾은 귀경객들은 대합실과 승강장 곳곳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열차를 기다렸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용산행 KTX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모(38)씨는 "시댁과 친정이 모두 광주여서 예전부터 명절 때마다 차를 끌고 내려왔었는데 날씨 예보에서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이번에는 KTX를 예약했다.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집에 내려와 여느 때보다 잘 쉰 것 같아 너무 아쉬워 올라가기 싫다. 연휴가 분기마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배웅을 나온 가족들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역력했다. 열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귀경객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채 열차에 탑승했으며 가족들은 열차 창문을 바라보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광명으로 올라가는 막내딸네를 배웅하러 나온 배모(60·여)씨 부부는 "시간을 내서 멀리서 찾아와준 딸과 사위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마음 같아선 더 있다 가라고 하고 싶다"며 "모처럼 손녀딸 얼굴도 보고 좋았다. 추석 때 온다고 하던데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의 상황도 매한가지였다.
지역별로 번호가 적힌 승차홈 앞에 마련된 좌석과 주변 카페는 물론 기둥과 벽면까지 터미널 곳곳이 귀경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출발 10분 전이 돼 버스에 탑승하라는 터미널 직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귀경객들은 가족들과 함께 동시에 버스로 향해 짐칸에 짐을 실었다.
창문이 절반 가량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족들은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채 창문을 바라보며 '조심히 올라가', '도착하면 연락해'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먹으며 시간도 보내고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재밌게 놀았다"며 "내려온 김에 집에 조금 더 있으려고 했지만 공부하려고 독서실을 등록해놔서 일찍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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