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계약금·AS 피해 '나몰라라'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랜드로버 호남지역 공식 딜러사(社)가 무책임하게 영업을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백만 원의 사전계약금을 맡긴 고객들은 신차 인수는커녕 몇 달째 환불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기존 고객들도 서비스센터의 연락두절로 품질보증 기간을 허비하거나 사후서비스(AS)를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입사가 지역별로 판매 영업과 AS를 맡기는 수입차 유통 구조로 인해 차를 살 때는 '브랜드 고객'이지만 문제가 터지면 '딜러사 고객'이 되는 소비자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온라인동호회 카페들에는 23일 현재 재규어랜드로버 광주·전주지역 딜러사인 C&D모터스의 계약 피해 사례 수십 건이 게시됐다.
피해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 사이 C&D모터스와 랜드로버 신차를 계약하고 100~500만원의 계약금을 맡겼으나 돌연 영업을 중단하고 계약을 파기했다는 내용이다.
고객들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음에도 딜러사인 C&D모터스는 연락이 닿지 않고, 수입사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딜러사의 문제라며 방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재규어·랜드로버 고객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C&D모터스가 운영하던 서비스센터는 폐업 수개월 전부터 고객들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정비인력이 없다며 AS를 방기했다.
그 사이 딜러사와 서비스센터 운영사가 위본오토모티브로 바뀌었지만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한 고객들은 품질보증 기간에도 자비를 들여 수리하거나 보증 기간을 허비해야 했다. 어렵게 연락처를 받아 수입사 측에 항의했지만 역시 딜러사 문제라는 이유로 거절됐다고 주장했다.
C&D모터스의 영업 중단 배경에는 판매 부진 장기화와 수입사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의 갈등이 깔려 있다.
올해 3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위본오토모티브를 광주·전주 딜러사로 추가 계약하면서 기존 딜러사인 C&D모터스를 압박했다.
수입사 측은 C&D모터스가 대표이사 변경과 채무 관련 귀책사유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C&D모터스는 판매 급감 속에 같은 지역에 복수 딜러를 선정한 것은 사업을 포기하라는 통첩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6월부터는 차량 주문이 막히고 기존 딜러사 직원들이 신규 딜러사로 상당수 이직하면서 사실상 C&D모터스는 딜러사 지위만 유지한 채 영업을 중단했다.
수입사 측도 8월부터 위본오토모티브를 통해 광주·전주지역 판매 영업과 서비스센터의 임시 운영을 시작했지만 고객 혼란은 불 보듯 뻔했다.
이에 C&D모터스는 차량 판매목표와 미달차량 구입, 마케팅비용 출연을 강제하고 어길 시 공급물량 축소와 일방적 계약해지 조건을 설정했다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지난달부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국, 판매 부진 장기화로 수입사와 딜러사가 갈등을 겪으면서 애먼 고객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차량 제작사가 판매까지 책임지는 국산차와는 달리 수입차는 차량을 들여온 수입사가 도매상 격인 딜러사와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구조여서 문제가 생겨도 수입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차량을 구입하기 때문에 수입사가 도의적 책임까지 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랜드로버 차주 A(39)씨는 "수입차를 선택할 때 브랜드가 아닌 딜러사의 상황을 고려해 구입하는 소비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워런티(품질보증) 기간에는 전화도, AS 신청도 받지 않다가 이제 와서 딜러사가 바뀌어서 모른다는 본사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차량을 계약한 B(48)씨는 "몇 개월간 계약금 환불 약속과 미이행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 처지의 계약자들을 모아 민·형사상 대책을 논의하려고 한다"며 "구멍가게도 아닌 고급차 브랜드에서조차 방관만하고 책임을 회피하니 씁쓸하다"고 밝혔다.
무등일보는 C&D모터스 사무실을 방문해 고객 피해 회복에 대한 대책을 문의했으나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대표 메일로 문의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안현주기자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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