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처벌법 ‘유명무실’…솜방망이 처벌, '왜곡 ing'
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관련법은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다.
특히 보상법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에만 보상이 이뤄지고 있어, 트라우마 등을 앓고 있는 유공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위한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5·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에 따르면 5·18과 관련한 대표적인 법으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왜곡처벌법)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5·18 관련법이 시행 중이지만 미비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5·18 보상법의 경우 적극적인 피해와 소극적인 피해 등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서만 보상만 이뤄지고 정신적인 피해 보상은 규정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행 보상법은 사망이나 행방불명 시점을 기준으로 당시의 월급이나 평균임금, 장래 취업 가능 기간 등을 따져 노동력에 대한 보상만 이뤄지고 있다. 또 치료비·개호비(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은 사람을 곁에서 보살피는 데에 드는 비용)·장례비(적극적 손해), 일실수입·일실퇴직금(소극적 손해) 지원금 등 직접적인 피해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해자들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겐 보상법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지난 2018년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따른 배상'을 국가에 청구하고,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후 2021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정신적 손해배상을 규정하지 않은 채 국가배상청구권마저 금지한 '5·18보상법'은 위헌(2019헌가17)이라고 결정했다.
당초 5·18보상법은 피해자와 그 유족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하면 5·18과 관련된 피해(정신적 손해 포함)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됐다.
이를 헌재는 신청인이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재판상 화해 성립 간주로 5·18 피해자와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마저 제한한 것은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는 판결이 내려진지 1년여가 지나고 있는 현재도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왜곡처벌법) 역시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만원씨 등 일부 극우 세력들이 5·18에 대해 폄훼하는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으로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즉, 보도나 학술 연구 목적일 경우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왜곡된 내용을 차단에만 초점을 맞춘 거나 다름없어 지만원 씨처럼 언론을 이용해 역사왜곡을 이어가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42년이 흐르면서 많은 법이 시행되고 개정되고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 중 보상과 관련해서 현재 적극적, 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이행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는 국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 너무 아쉽다"며 "국가폭력에 대해서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역사왜곡 등 다양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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