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 11일만에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팀이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을 방문,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지만 그들은 대책없는 뒤늦은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단장과 안호영 총괄간사, 이수진 운영간사, 민형배 조사단장, 송갑석 광주시당 위원장 등 5명은 21일 오전 붕괴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뒤늦은 정부 차원의 지원에 대해 질타했다.
실종자 가족 A씨는 "사고 발생 11일이 지났는데 해결책 없이 지금에서야 현장을 방문한 것은 실종자 가족들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해서인 것 아니냐"며 "그동안 정부 차원의 회의가 필요해서 늦게 왔다는 말은 핑계로 밖에 안 들린다"고 비판했다.
B씨도 "가족들은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생계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열흘을 넘기고 이제야 와서는 다짜고짜 실종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말하라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것 아니냐"면서 "현지 전문가들도 매일 아침 회의를 한다지만 실종자 수색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빠른 수색을 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의원들은 "중앙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었다"며 "사고 발생 직후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 부처가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책임있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구조 대책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중앙 차원에서 실종자 수색에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가족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소통을 주기적으로 하고, 사고 수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옥상 타설 작업 중 1개 동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6명이 실종된 후 1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나머지 5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광주시가 아닌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 구성을 요청해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콘크리트 품질저하 우려되는 '우중타설'...법적 규제 절실 전국에서 콘크리트 품질 저하로 인한 건물 붕괴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명확하지 않은 건설 현장 콘크리트 시공 기준에 대한 법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는 지역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관행적으로 '우중(雨中) 타설' 공사가 실시되면서 대형 참사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고조됐다. 최근 정부가 우중 타설과 관련 표준시방서 개정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비나 눈이 오는 날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무엇이 문제되나콘크리트 강도는 건축물의 안정성과 내구성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지난해 1월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와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모두 사고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지목됐다. 인천 검단신도시 붕괴 사고의 경우 준공 이후 사고가 발생했다면 제2의 화정아이파크 참사가 재현될 수도 있었다.콘크리트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시멘트와 골재를 비롯한 재료의 품질, 시공·양생 방법, 공기량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물의 배합 비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국토교통부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서도 물과 시멘트의 비율인 '물-결합재비'를 6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가 내리는 날 타설하게 되면 콘크리트 표면과 내부에 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묽어지면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습기가 상대적으로 높아 콘크리트가 굳어지는 속도도 느려진다. 우중 타설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국토교통부 일반콘크리트 표준 시방서. '강우, 강설 등이 콘크리트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명시돼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국토부·LH 기준 어떻길래하지만 잇단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중 타설은 여전히 건설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붕괴참사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단지 맞은편 A 아파트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우중 타설을 진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그러나 현재로서는 우중 타설을 금지할 규정이나 지침이 따로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우중 타설과 관련된 지침은 국토부 표준시방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체 기준뿐이다.먼저 국토부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는 '강우, 강설 등이 콘크리트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만 명시돼 있다.강우·강설량의 구체적 수치가 규정돼 있지 않은데다 검토·확인을 받아야 하는 책임기술자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즉,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얼마든지 무리한 타설이 가능한 셈이다.그나마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따르는 LH의 자체 기준은 국토부 표준시방서보다는 구체적이다. 일기예보에 따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는 원칙적으로 타설을 금지했으며,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하절기에는 오전 중 타설을 권고했다. 아울러 시간당 강수량을 5㎜·일 강수량을 20㎜ 이상의 비가 내릴 때는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하고 콘크리트 표면을 빗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이에 따라 앞서 논란이 일었던 A 아파트 시공사 측에서는 시공 당일 강수량이 LH의 기준인 '시간당 5㎜에 미치지 못 했다'고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LH 기준의 경우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감독이나 감리의 승인이 있으면 우중 타설이 가능하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스마트 핸드북 1권 구조체 공사 306페이지에 적힌 우중 타설과 관련된 내용.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논란 일자 국토부 개정 검토…전문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전국 곳곳에서 우중 타설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지난 19일 표준시방서 개정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구체적인 개정 범위에 대해 밝히진 않았으나 우중 타설과 관련 현장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도 우중 타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이 강수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오봉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26일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슬비나 폭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타설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빗물로 인해 배합 비율 달라질 경우 품질이 저하돼 불량 콘크리트가 될 수밖에 없다.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라면 끓일 때 분말스프와 물의 양이 적당해야 하듯이 우중 타설을 하면 설계 당시 배합보다 물의 양이 늘어나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타설을 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설계상 없는 '시공이음(경계 부분 실금)'이 생겨 추후 균열로 이어져 준공 이후 누수를 일으키곤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시간당 4㎜도 1시간 정도 내리면 강도가 67%밖에 안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장에서 일주일 날씨를 파악해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만 타설 계획을 수립하는 게 좋다"며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 타설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끝으로 "책임기술자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현장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감리단장을 현장 승인권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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