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된 나무 밑둥서 추모행사
환경단체와 서명운동 돌입해
광주시에 재발방지 대책 요구
광주 서구가 최근 화정동 주변 수령 30년 이상의 가로수를 베고, 다른 곳에 수억 원을 들여 새로운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는 본보 보도(12월 1일 자 참조) 이후 서구의 안일한 행정에 분노한 시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갑자기 사라진 가로수를 애도하는 행사와 더불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2일 '갑자기 사라진 가로수를 추모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과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은 이날 서구 화정동 염주주공 주택재건축 현장에 밑동만 남은 메타세쿼이아 앞에서 가로수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가로수가 있던 자리에 덮인 까만 천막을 떼어내자 나무 밑동만 덩그러니 드러났다. 시민행동 등은 나무 밑동 위에 국화꽃을 올려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행인들 사이에서도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한숨을 내쉬면 국화꽃을 바라보기도 했다.
시민행동을 비롯한 지역 환경단체는 주택재건축 사업 현장 인근에서 가로수가 더 이상 함부로 베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광주시의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서명운동 결과는 조만간 광주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화정동에서 15년 이상 거주했다는 박송희씨는 "은행나무길은 중·고등학교 시절 가을의 추억을 느끼게 해줬는데 갑자기 하루아침에 베어진 나무 밑동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며 "34년 이상을 지역에서 자란 나무들이 돈의 논리로 베어진 것 같아 쓸쓸함마저 느낀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1일 화정동 인근 주민 10여명은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같은날 광주환경운동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에는 시민 참여로 선정한 '걷고 싶은 가로수길' 1위로 금남로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있으며, 보도의 보행에 지장을 주지만 공존을 선택한 금호동 주민들의 메타세쿼이아길 보전 사례가 있다"며 "가로수를 무조건 베야 한다는 인식은 시민들의 정서와 괴리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염주주공 재건축 허가 시점인 지난 2017년부터 제거를 결정한 2021년 11월까지 서구는 가로수 보전을 위한 어떠한 행정도 펼치지 않았다"면서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와 기본계획은 수립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광주시는 사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구는 염주주공아파트의 주택재건축사업 주변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가로수 118그루를 제거하는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의 계획안을 승인했다.
잘려 나간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는 지난 1987년 도로 개설과 함께 식재돼 직경 20~80㎝, 높이 7~8m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구 측은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이 가로수 118그루를 제거하는 대신 이팝나무 141그루를 새로 심을 계획이라고 해 승인해줬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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