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문제 청산하는데 일조했으면
"대응할 만한 가치가 없죠. 폄훼하려는 의도로 그린 그림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니까요."
최근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광주비엔날레 측에 전시작 '일제를 빛낸 사람들'에 대한 전시 중단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작품을 제작한 이상호 작가는 21일 황당하다는 입장을 이같이 나타냈다.
이번 작품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 설치된 가로 4m17cm, 세로 2m45cm의 대작이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과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등에 수록된 인물들을 선정, 92명의 친일 인사들을 담아냈다. 지난해 1월 작업을 시작해 지난 12월에 완성된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으로 친일 인사들을 조선시대 전통 초상화 기법으로 담아냈다.
이와 관련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지난 14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공문을 보내 "대한민국 산업화 주역들을 왜곡, 폄훼했다"며 전시 중단을 요청했다. 또 광주비엔날레를 후원한 기업들에도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가는 이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이런 반응이 나와 이해할 수 없다"며 "큰 일도 아니고 대응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먼저 나서 대응해준 동료, 선후배 작가들에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날 작가 258명은 연합으로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작가는 "작가들이 함께 나서주니 큰 힘이 된다"며 "1년을 걸려 그들의 비열하고 부정한 성품이 드러나도록 작업했는데 작업하는 내내 이 그림을 바라봐야했기에 마음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다. 그러나 제대로 심판받지 못한 친일 인사들이 심판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꼭 담아내고 싶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많이 뜨겁다고 전해지고 있어 반갑다"며 "이 그림이 젊은 청년,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친일 문제를 청산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이 작품을 제작한 이상호 작가는 조선대 미대 출신으로 1987년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새날이여'를 그렸다는 이유로 미술가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 작가는 당시 행해진 모진 고문과 폭행 후유증으로 정신병원 입원치료를 오랜기간 받아왔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광주비엔날레 참여 지역 작가 누구 김자이 작 '휴식의 기술 ver.도시농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가 발표된 가운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역 작가 김자이, 김형숙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동시대 미술계에서 스타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지명이기에 관심은 더욱 뜨겁다.김형숙 작 '하이드로컬쳐' 지난 26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올해 9월 열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를 공개했다. 그 중 국내 작가는 11명. 이중에서도 지역 작가는 단 2명이다. 이들 모두 식물과 관련한 작업을 펼쳐 온 작가들로 조선대에서 학사를 마치고 영국과 런던에서 유학을 마쳤다. 특히 이번 참여작가들이 1980~1990년대생에 대거 포진한 가운데 이들도 각각 1982년, 1983년생으로 1980년대 생이다.김자이 작가는 '휴식'을 화두로 탐구하며 이에 대한 답을 다양한 조형언어로 펼쳐오고 있는 작가다. '나의 휴식 방법'이 외부로 확장되는 과정과 관객과 작가가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 가드닝'을 작업 소재로 한다. 작가는 조선대에서 판화미디어를 전공하고 런던 킹스턴대학교 아트&스페이스에서 석사를, 조선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생태미술프로젝트' '휴식의 기술' 등 대규모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국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김자이 작가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참여작가로 선정된 것이 아직 얼떨떨한 상황이다"며 "이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좋은 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형숙 작가는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깨닫고 인간과 함께 하는 모든 환경을 수학적 리서치를 통해 바라보는 작가다. 조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 미술대학 디플롬 미디어학과와 마이스터 슐러 영화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국내외에서 가졌으며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문화재단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김형숙 작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현재 감독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열심히 참여하려한다"고 전했다.한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참여작가는 73명으로 환경, 생태, 분쟁 등의 영역에서 작업해 온 이들이 주를 이룬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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