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재판서 해태한 공무원들 수사·감사해야"
보성의 농촌마을 주민들이 저수지 주변에 축사를 세우려다 지자체로부터 불허되자 두 차례 소송 끝에 허가를 얻어낸 업자를 상대로 허가취소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주민들은 7년간 이어진 소송 기간 보성군이 마땅한 위법사유를 주장하지 않아 패소해 허가를 내줬다며 관련 공무원들의 부패 또는 무능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현)는 30일 보성군 득량면 도촌저수지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 79명이 보성군수를 상대로 낸 돈사 건축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축산업자 A씨의 돈사 건축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환경영향 구역 밖에 거주하는 원고 4명의 소는 각하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1월 득량면 도촌리 일대에 7천㎡ 규모의 돈사 4동과 부속건물 1동을 설치하기 위해 보성군에 개발행위, 산지전용,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를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보성군은 2017년 3월 A씨의 돈사 건축 신청지가 주거지역으로부터 700m 내에 있어 가축사육 제한지역에 관한 조례에 저촉된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군의 처분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를 제기했고, 광주지법은 같은 해 10월 신청지가 조례에서 정하는 가축사육 제한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허가 신청 반려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자 A씨는 2018년 3월 돈사 건축허가를 재신청했고, 보성군은 2019년 12월 신청지에 종오리장이 인접해 축산 관련 시설로부터 500m 이내 축산업 허가를 제한하는 구 축산법 시행령에 위반된다며 재신청을 거부했다.
보성군의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지난해 7월 종오리장은 축산 관련 시설이 아니어서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또다시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보성군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같은 달 A씨의 돈사 건축 신청을 허가했다.
이에 돈사 건축을 반대해온 인근 주민들이 나서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와 함께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 재결을 받았다.
결국 주민들이 직접 건축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에 나섰고 보성군의 2차례 소송에서도 A씨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이번에는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이 뒤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돈사 신청지와 불과 33~48m 가량 떨어져 있는 도촌저수지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주민들의 농업용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축산법에서는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소각 등에 필요한 매몰지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고,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매몰지가 하천, 수원지, 지하수가 나타나지 않는 곳, 유실, 붕괴 우려가 없는 곳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A씨가 제출한 예정 매몰지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 보성군도 이런 사정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재판장은 "매몰된 돼지 사체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도촌저수지로 유입되어 수질오염을 발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유를 보성군이 예측하지 못하는 사유로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법원에 판단이 내려지자 주민들은 보성군이 2차례 소송에서 당연히 지적해야할 법률적 사유를 전혀 내세우지 않아 허가를 내줬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의 반발 때문에 일단 허가를 반려했으나 패소하기 어려운 소송에서 져서 허가 명분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성군의 돈사 신청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받은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의 "과도한 지형 훼손 등으로 인한 토사 및 비점오염원 유출로 농업용저수지의 수질 악영향 우려와 신중한 승인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묵살됐다는 것이다.
원고 소송대리인 김철호 변호사는 "보성군이 로비를 받아 돈사 허가를 내줬다면 부패한 것이고, 위법사유를 몰라서 패소했다면 무능한 것이다"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허가 과정을 샅샅이 조사하고 책임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현주기자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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