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새끼는 '망아지', 소의 새끼는 '송아지', 개의 새끼는 '강아지'라고 부른다. 어린 짐승이나 자식을 낮춰 부르는 '새끼'는 얕잡아 보는 말도 아니고 욕도 아니다. 일상적으로 새끼라는 말을 쓰거나 새끼라는 말에 감정을 실어서 발음을 하면 그때는 좀 다르다. 상대 입장에서 새끼라는 말을 들으면 불같이 화가 난다. 옆에서 새끼라는 말을 듣는 사람조차 함께 무시를 당한 느낌을 받는다. 본래의 뜻으로 쓰이지 않으면 듣기 매우 거북한 말이 바로 '새끼'다.
'왈짜'라는 말이 있다. 말과 몸짓이 단정하지 못하고 수선스러운 사람을 말한다. 왈짜가 몰려다니면 왈패라고 한다. 왈패가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면 깡패가 된다. 부드럽게 말해서 왈패지, 왈패와 깡패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은 딱히 없다.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국어사전을 들이밀면서 구분하려고 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왈패나 깡패나 무섭기는 매한가지다.
깡패와 비슷한 말로 '건달'(乾達)이란 말도 있다. 불교에서 음악의 신을 말하는 건달파(乾達婆)에서 따온 말이라고도 하고, 조선시대 가마나 말을 맡아보던 사복시(司僕寺)란 관청의 하인 '거달'(巨達)에서 온 말이라고도 한다. 거달은 종7품의 하위직이었지만 '巨'(클 거)라는 글자처럼 위세가 대단했다.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썩~ 물렀거라, 대감나리 납신다'를 외치며 거들먹거리는 하인이 바로 거달이다. 어쨌든 건달은 하는 일 없이 행패와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왈짜'와 '깡패'와 '건달'의 공통점은 말이 아닌 힘으로 상대를 몰아붙여 빼앗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상식을 들이대도 통하지 않는다. 제 방식대로 해석해서 말하고, 제 방식대로 행동해 잇속을 챙긴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른다. 간혹 그들이 '의리'란 말로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현실은 조폭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의리는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란 뜻으로 깡패나 건달이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왈짜와 견줄 수 있는 말에 '알짜'가 있다. 모자람이 없이 꽉 차서 실속이 있을 때 쓴다. 가장 중요한 물건들만 모아두는 것을 '알짜배기'라고도 일컫는다. 알짜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면 성공에 다가설 수 있다. 맛보지 않고도 알짜 과일을 고르고, 먼 미래를 보고 알짜 땅을 사둔 사람도 있다. 알짜 인물을 알아보고 대업을 이룬 위인도 있고, 그렇지 못해서 좌절한 인물도 많다. 알짜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은 아무나 데려다 쓰지 않는다. 알짜도 도가 지나치면 잘난 체하고 건방져진다. 왈짜와 알짜는 한 끗 차이다.
안현주 사회교육팀 부장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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