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기ㅣ하태도] 사방은 쪽빛···저 푸른 초원위엔 그림같은 트레킹길

입력 2021.11.04. 15:20 천기철 기자
목포 남서쪽 140km, 오지 섬
붉은넓산 능선길 명소로 각광
산행 시작은 섬머리끝 등대부터
다라섬 정상 등대 너머 일출 제1경
낭떠러지는 바람 불땐 매우 위험
지둥바위 일몰은 하태도 제2경
억새천국 지나 물새끝, 여정 종료
하태도의 붉은넙산에서 바라본 큰산 능선.

하태도(下苔島)는 흑산군도에 속한 섬으로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0km, 흑산도에서 남서쪽으로 20km 떨어진 섬이다.

우리나라 최서남단 가거도와 가거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만재도와는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삼각형의 오른쪽의 꼭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태도군도(苔島群島)의 상태도, 중태도를 지나면 하태도다.

최근 하태도는 트레킹의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지의 섬인데도 최근 많은 트레커들이 찾고 있다. 늦가을 하태도에 가면 붉은넓산은 온통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이다.

하태도의 면적은 1.62㎢ 작은 섬인데도 붉은넓산 능선이 서남쪽으로 길쭉하게 생겨서 상상과는 다르게 트레킹하는데만 자그만치 7~8시간이 소요된다.


◆하태도의 역사

붉은넙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년)이 '선화봉사고려도경'의 '해도(海道)'편에 태도군도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배도(排島),이날 사각(巳刻)에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멎어, 사방을 돌아보니 깨끗이 갰다. 멀리 바라보니 세 산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의 한 산이 담 같은데, 뱃사람은 그것을 가리켜 '배도'라고 한다. 또 '배타산'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이 화살받이의 형태 같아서 그런 것이다."

배도, 배타산은 하태도를 지칭하며 하태도의 서쪽 해상에서 바라보면 그런 모습으로 보인다.

붉은넙산에 핀 아름다운들 들국화 멀리 중태도와 하태도가 보인다.

◆신안군 최고의 초원 트레킹

흑산도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쯤 내달리면 오른쪽으로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기착한 섬이 상태도, 두 번째로 도착한 섬이 하태도다. 태도군도는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하고 수시로 남해와 서해의 빠른 물살이 섬 사이로 교차하고 어종이 풍부하여 전국의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낙도 중의 낙도인 하태도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배우 김민종, 한지혜가 주연을 맡은 SBS 수목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TV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되었을 때다. 이때 하태도는 '하루도'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평화롭고 인심 좋은 하태도가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의 싸움 장소로 그려져, 주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실제로 하태도는 푸짐한 해산물과 풋풋한 인심이 가득한 섬이다. 신안군 최고의 초원 트레킹 명소 하태도의 섬 주위의 갯바위에 자연산 돌김과 미역 등 해초들이 발에 차일 만큼 많이 자란다.

'태도'라는 섬이름은 바위에 자란 해초들과 관련돼 한자로 '이끼 태(苔)'를 써 섬이름이 유래되었다. 신안군 신의도의 옛 이름인 상태도(上台島)나 하태도(下台島)의 섬이름과는 다르다. 또는, 섬모양이 실타래와 비슷한 데서 섬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태도 마을 뒷산에 오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흑염소가 방목되고 있는 길쭉한 물새끝 초원반도에 오르면 1970년대의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국민가수 남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가 떠오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라는 유행가 가락이 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신안군 최고의 초원 트레킹 코스다.

큰산 능선을 오르는 산악인들 ,바로 앞으로 붉은넙산 과 하태도 남쪽해안이 보인다.

산행은 장굴항의 선착장에서 내연발전소에 올라선 뒤 섬머리끝 등대에서 시작된다. 섬머리끝 능선에 오르면 하태도의 동쪽 해안이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하태도리의 마을 풍경과 물새끝 초원지대가 한눈에 보인다. 조금 오르면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 고사목 지대가 이채롭다.

왼쪽 해안 아래로는 계속해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KT무선중계소를 쉬엄쉬엄 20여 분 오르면 하태도리 숲풀로 우거진 윗마을의 집터가 보인다. 한때 160가구의 많은 사람이 살았던 하태도 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허물어진 집터만 남아있다. 폐가터에서 10여 분 오르면 기푸미재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후박나무숲과 오리목숲으로 어우러진 숲지대로 이어진다.

능선 타고 만끽하는 하태도 숲지대를 지나 헬리포트장을 거쳐 20여 분 오르면 큰산 정상이다. 큰산은 산 이름대로 하태도에서 가장 큰 산인 만큼, 중후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자랑한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 숲 속 너머로 중태도와 하태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장도, 흑산도, 영산도가 보인다. 남쪽으로는 만재도와 가거도가 보인다.

큰산 키작은 응선을 오르는 산악인들.

날씨가 맑은 날은 추자도와 한라산도 보인다. 정상의 초원지대에서 하태도의 동쪽 해안을 바라보면 하태도의 동쪽 유왕개, 바람너리, 옥녀끝 초원지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다라섬 정상 등대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은 하태도의 제1경을 자랑한다.

다시 되짚어 20여 분 내려오면 기푸미재다. 기푸미재는 기푸미를 오르내리며 고생했던 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재다. 오른쪽으로 상태도와 중태도가 왼쪽으로 만재도, 간여, 가거도가 보이는 조망 좋은 재다. 기푸미(깊은만)는 하태도리 마을 앞에 방파제가 없던 시절 겨울에 북풍을 피하고자 배를 정박하였던 천연적인 항구였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기푸미에 배를 정박하기 위해 물살이 빠른 다라니섬을 경유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였다고 한다.

기푸재에서 임도를 따라 다시 동남쪽으로 오르는 붉은넓산 능선은 하태도의 남쪽해안과 북쪽해안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능선이다.

KT무선중계소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면 하태도의 북쪽 전망이 보인다. 능선에 나있는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르면 하태도의 양쪽 해안이 내려다보인다. 붉은넓산을 오르는 왼쪽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이므로 바람이 많이 불면 위험하다. 반드시 등산로의 오른쪽으로 붙어 걸어야 한다.

이후로는 시종일관 만재도와 가거도, 상태도와 중태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능선에는 가끔 염소를 가두는 그물을 치기 위하여 쇠말뚝이 박혀 있다.

능선은 온통 초원지대다. 그림 같은 능선길은 바람이 센 탓인지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다. 키 작은 나무만 가득한 초원지대다.

마을길을 오르는 산악인들.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면 붉은넙끝으로 내려가는 정상삼거리를 만난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초원지대로 이루어진 물새끝 반도가 멀리 조망된다. 눈과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초원지대가 물새끝반도 끝자락까지 펼쳐진다. 지루할 틈 없는 높은산 산행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다다른다.

숲 속 등산로로 접어들어 임도의 가파른 길을 내려갈까 주춤하다 왼쪽 아래 능선을 타고 초원지대로 내려간다. 점차 왼쪽으로 가거도의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길 아래로 지둥바위(기둥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염소 그물을 넘으면 물새끝반도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시누대 숲을 지나면 작은대목 삼거리다. 대목은 '물쌔끝으로 가는 좁은 목'이란 뜻이다. 삼거리에 오른쪽으로 가면 하태도리로 가는 길이다. 대목은 마을 사람들이 생활로와 물새끝으로 가는 등산로가 만나는 삼거리다. 삼거리 바로 아래로 지둥바위가 내려다보인다. 지둥바위 일몰은 하태도 제2경으로 꼽힌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로를 따라 해안길로 접어들면 하태도의 동쪽 해안만 보이는 오솔길이다. 능선의 아슬아슬한 암릉을 따라 오르면 큰 대목이다. 큰대목에서 좌우를 조심스럽게 헤아리며 30분 동안 암릉을 따라 오르면 높은산 정상이다.

높은산은 하태도에서 세 번째로 높다. 온통 초원지대로 이루진 민둥산 봉우리는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북쪽으로 중태도와 상태도가 중첩되어 보이고, 홍도와 장도, 흑산도와 영산도는 가물거리듯 보인다.

120m봉으로 향하는 초원 능선길은 온통 키 작은 억새 천국이다. 조망을 즐기며 능선의 가파른 능선을 쉬엄쉬엄 오르면 어느덧 120m봉우리다.

120m봉에 도착하면 바로 앞으로 지그재그로 나있는 능선길 너머로 오직 바다와 물새끝능선으로 향하는 작은 봉우리만 보일뿐이다. 120m봉은 마을 사람들이 다녔던 생활로와 다시 만나는 지점이다. 봉우리를 네 개 넘고 물새 끝에 도착하여 긴 여정을 종료한다. 다시 120m봉으로 향하여 주민들이 다니는 생활로를 이용해 마을로 돌아간다.

하태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물쌔끝 능선 하태도 트레팅의 하이라이트다.

●여행 길잡이

하태도는 등산로가 오밀조밀하게 나 있다. 배가 없던 시절 마을 주민들이 해안가의 바위로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이동하였던 생활로였기 때문이다. 봉우리마다 고도 차가 크므로 그리 쉬운 코스는 아니다. 1박2일의 여정이라면 작은대목~붉은넙산~큰산~섬머리끝마을~당산~작은대목~큰대목~높은산~120봉~물새끝 구간 산행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하태도의 섬 전체를 둘러보는 종주 산행코스(약 11km, 7~8시간 소요)가 있다.

주민들의 생활로와 등산로는 처음에 작은 대목에서 만나고 다시 120m봉에서 만난다. 물새끝 능선은 바람이 세면 주의를 요구한다. 물새끝 반도는 봉우리가 약 10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여름에는 그늘과 샘터가 없어 식수를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샘기미에 있는 샘터는 염소가 먹는다.


●교통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만재도행(하태도 경유) 쾌속선이 2일 1회 왕복 운항하므로 교통이 불편하다. 반드시 일기예보를 파악하고 출발하여야 한다. 짝수날만 운항한다. 목포~하태도, 08:10 ,하태도~목포 14:00 출발, 소요시간 3시간 30분, 요금은 편도 4만7천500원. 요일마다 운항하는 선사가 다르며, 시간표 확인 및 배편예약은 배표천국(www.vepyo.com)에서 가능하다.

하태도 산호민박.

●맛집과 숙박

하태도의 민박집은 대부분 식당을 겸하며, 숙박비는 5만원, 식사는 1인분에 1만원이다. 산호민박의 어촌밥상이 환상적이다.

장굴해수욕장.

●볼거리

장굴해수욕장과 해안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진 태도의 해안 중 하태도에 유일하게 모래밭이 있다. 길게 잡아 300m도 못 되는 짧은 모래사장이지만 어느 유명한 백사장에도 견줄 수 없는 처녀림 같은 소박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태도의 해안절벽이 절경이다. 해안가에 서있는 강섬, 댕강여, 큰여, 다라도, 갈미여, 바닥여, 기둥여를 돌아보는 코스가 아름다우며, 약 2시간 소요된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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