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한' 품고 태어난 노둣길··· 추포도 주민 염원 풀었다

입력 2021.03.30. 14:10 임장현 기자
돌담길 만들어 바다 지났던 주민들
300년 염원… 노둣길 '추포대교'로
"추포도,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추포도 노둣길. 신안군 제공

"육지로 나가려던 조상들의 마음이 담긴 노둣길이 30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큰 다리가 되었다는게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29일 신안군 암태도 신곡리. 일평생 추포도에서 거주했던 한 주민이 이 날 새로 생긴 '추포대교'를 보며 풀어낸 소회다.

추포대교는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옛 노둣길 위에 만들어진 해상교량이다. 정부의 어촌뉴딜300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추포대교는 총 35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지난 2015년 착공해 6년 간의 공사 기간을 걸쳐 총 길이 1.82㎞, 폭 10.5m 규모의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대교로 탄생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경사식 선착장과 여객터미널 등이 만들어질 추포선착장의 모습.

노둣길은 섬과 섬 사이나 섬과 육지 사이에 크고 작은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다. 물이 빠지는 간조때 육지나 인근 섬으로 오갈 수 있는 통로였다.

올들어 신안에서 임자대교에 이어 두번째로 개통되는 추포대교 옆자락에는 추포도까지 연결된 노둣길과 시멘트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만조가 다가오면서 물이 서서히 들어찬 노둣길은 형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으며 시멘트길도 뿌옇게 형체만 보일 뿐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길로 보이지 않았다. 새롭게 개통한 추포대교는 만듦새나 외양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적지 않게 오가는 차량행렬이 물에 가라앉은 노둣길, 시멘트길과 대조를 이뤘다.

추포대교 앞에서 작은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한 예술가는 "확실히 다리가 생기니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많아졌다"며 "추포도도 관광 자원이 많은 좋은 섬인데,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양식 망에서 김을 떼어내고 있는 추포도 주민들의 모습.

추포도와 암태도를 잇는 노둣길의 첫 조성 시기는 확실하진 않다. 다만 인근 사적을 통해 짧게는 200년, 길게는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의 구전에 따르면, 노둣길에는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 세기 전 추포도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흉년이 들어 뭍으로 구걸을 하고 돌아올 때, 갯벌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많아 노둣를 만들게 됐다는 것. 당시 배를 탈 노잣돈이 없던 주민들이 섬으로 다시 들어오다가 갯벌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 일대에 시체들이 방치돼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추포도 인근 김 양식장 전경.

그렇게 수백년을 이어오던 노둣길에 시멘트길이 만들어진것은 지난 2000년.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신안군에서 조성한 길이지만 그나마도 썰물일때만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데다 항상 바닷물에 젖어있어 파도가 거셀때면 피해가 적지 않았다.

손성대 추포도 어촌계장은 "큰 맘 먹고 새차를 샀었는데, 그 길로 다니다 보니 3년도 못가 차가 주저 앉았다"며 "이제는 다리가 생겼으니 주민들도 새 차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해소한 추포대교 개통은 추포도의 관광산업과 수산업의 활성화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106.8㏊ 규모의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김·전복의 원활한 유동은 물론 추포해수욕장도 물때와 상관없이 방문할 수 있게 돼 인근 민박이나 음식점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신안군은 내년까지 경사식 선착장 조성, 여객터미널 신축, 추포해수욕장 정비 등 추포도 해양관광 활성화 및 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촌뉴딜300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손 어촌계장은 "불편한 교통 때문에 지금껏 고립된 추포도였다"며 "이제는 다리를 통해 추포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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