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년 희망보고서

'약속의 땅' 광주에 선 개발자 "설렘을 드리겠습니다"

입력 2022.12.29. 10:34 이삼섭 기자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⑩]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
"하고 싶은 게임 만들어 보자" 창업 도전
오디션서 '2회 연속' 우승 타이틀 거머쥐어
게임 출시…"팬들 홍보가 가장 큰 마케팅"
"지방 기회 충분…창작 전념토록 지원 필요"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지난 2일 광주 북구 한 카페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방청년희망보고서⑩]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는 전북 정읍의 아이에서 목포의 대학생으로, 현재는 광주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유년과 청소년 시기 게임에 푹 빠져 지내던 그는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했다.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닌,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수년씩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왜 힘든 길을 가냐'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프로 무시러'는 최근 수년간의 결실이 빚어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유저로서 게임을 처음 접할 때의 '설렘'을 파는 게 꿈이라는 양 대표의 이야기를 최근 광주 북구 이그노스트㈜ 사무실에서 들어봤다.

광주 북구 광주역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자사의 대표적 '유어 블라이트' 전시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타고난 개발자 성향…"끝을 봐야 완성"

"정읍에서 출생해 대부분의 생활을 전북과 전남을 오가면서 했어요. 옛날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했고, 직접 개발하는 것도 즐겨했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직업으로 삼고 싶어졌고 결국 광주에서 제 나름대로의 큰 도전을 하고 있어요."

양 대표는 어릴 때부터 게임 콘텐츠를 무척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게임을 좋아하기만 하던 또래들과 달리 그는 스스로 만들고 싶어 했던 욕구가 강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혼자 인터넷 속 세상을 휘젓고 다니며 게임 개발에 대해 배워갔고, 작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혼자 깨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요. 누가 알아주지는 않지만 자기만족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실력이 좋진 않았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도 있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하나만큼은 잘한 게 있다면 완성을 한다는 거예요. 완성을 안 하면 끝이 아니니깐."

그런 개발자 성향은 군 복무 중에서도 이어졌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열렬하게 게임 제작에 몰두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24시간 게임 만드는 생각만 할 정도였다. 낮에는 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밤에는 게임을 만드는 반복이 수년간 이어졌다. 그렇게 4년간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이 2013년작 '샤덴 프로이데'였다.

인디게임인 탓에 대중적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작품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도 안 할 정도로 게임 제작이 그의 인생의 전부였던 때였다.


◆기회를 찾아 수도권 갔지만…

으레 지방 청년들이 그렇듯 그 또한 취업 문제로 인해 서울로, 천안으로 향하게 됐다. 부모님은 정읍에, 대학교는 목포에서 나왔지만 그가 원하는 회사는 지역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의 취업 경험은 오히려 그의 창업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세상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존감이 세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는 거리낌 없는데, 취업하니 집단에서 시키는 부분만 해야 했고 만족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질 않으니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할까요?"

그순간 창업 결심을 굳힌 양 대표는 광주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가 태어나 나고 자란 지역의 중심도시이기도 했고, 창업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임 개발만 했던 그였던 탓에 창업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서류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쏟다 보니 '괜히 했나'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특히 주변에서의 만류가 컸다. '아직도 게임을 만드느냐'는 일상적 반응은 그에게 '백색 소음'에 가까웠다. 오히려 게임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

"사실 누구에게나 큰 도전으로 비칠 거예요. 고등학생 때 만든 컴퓨터 동아리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오던 이름을 회사에 그대로 적용한 '이그노스트'가 우연찮게 주변의 만류를 무시한다(ignore)는 의미가 돼버렸네요. (웃음) 무시하고 거침없이 나가겠다는 의미인가. 하하하."

지난 10월 19일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와 그의 동료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그노스트㈜ 제공

◆광주게임오디션 연속 '우승'…지역 대표 게임개발사로

하지만 '찐 개발자'가 광주에서 빛을 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년간 동료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인 '유어 블라이트'가 지난해 '제1회 광주게임오디션'(2021 Good Game Gwangju)에서 우승하면서다. 화려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광주의 '샛별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월 열린 '제2회 광주게임오디션'에 출품한 '백야기담'이 대상을 차지해, 광주게임오디션 최초 우승과 연속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에게 광주가 '약속의 땅'이 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받은 상금 3천만원은 '유어 블라이트'가 세상에 빛을 보는 데 귀중한 씨앗이 됐다. 광주게임오디션에서 수상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10일 스팀에 출시됐다. 턴제 RPG 방식인 유어 블라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국내외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참가하는 '방구석 인디 게임쇼 2022' 추천 기대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에서도 국내 게임 마니아들에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다행히 100% 긍정적이예요. 홍보가 안 되고,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하면 판매 실적도 좋고요. 게임하신 분들은 '이런 게임 만들어줘서 좋다'고 말씀 많이 하시고, 지인들에게도 소문을 많이 내주세요. '오늘도 친구 하나 꼬셔서 팔았다'며 메시지 보내주시고요.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서 좋죠."

양유빈 이그노스트㈜ 대표가 최근 출시한 인디게임 '유어 블라이트'(YOUR BLIGHT). 이그노스트 제공

◆즐길 게임 부족…"만들어 보자" 결심

"게임을 즐기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처음에는 참견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게임을 뜯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또 재밌는 게임을 하면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양 대표는 대중적인 게임보다 인디게임에 관심이 컸지만, 국내에는 이를 만족시켜줄 만한 게임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는 말처럼 그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보다는 그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의 최종 목표는 '설렘을 주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 기대치를 웃도는 콘텐츠로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의 목표처럼 그가 출시한 게임마다 즐겨주는 유저들이 많다. 비교적 두터운 '팬층'이 생긴 셈이다.

"돈이 많으면 홍보라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러지 않다 보니 제 게임을 해오셨던 분들이 가장 큰 마케팅이에요. 꾸준히 지켜봐주신 분들이 게임을 해보고 장문의 리뷰를 남겨주세요. '당신의 예전 어느 게임부터 지켜봐왔다'는 그런 말들을 해주시면서 응원해주시고 개인적으로도 연락해주시고, 후원해주실 때 큰 힘이 됩니다."

실제 '유어 블라이트' 출시를 위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시도했을 때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모이기도 했다. 리워드가 딱히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든 게임 출시를 바라는 이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준 덕분이었다. 그중에서는 30만원, 50만원씩 후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17일부터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 참가한 이그노스트㈜의 부스. 이그노스트㈜ 제공

◆소프트웨어 창업에 완벽한 곳은 없다

"무엇인가 완벽히 갖춰져야만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비겁해요. 인프라 탓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

소프트웨어 창업 인프라가 좋은 서울이나 판교 등에서 시작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그의 답이다. 소프트웨어 창업에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실상 개발하는 데 있어 광역시 단위에서는 어디든 충분한 여건이 된다는 것.

다만 인재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가 1인 개발자로 있을 때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창업하고 회사 규모를 커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다.

"약간 괴리감 같은 건데….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한데 (지역에서는)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포트폴리오를 넣어주세요. 이분을 가르칠 여력과 시간도 부족하지만,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내 사람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우선 드는 거죠."

그런 면에서 양 대표는 지역에 인재풀이 다양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기업들과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몇개월 단위로 성과를 요구하는 게 아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몇개월 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종사자들이 많다는 것. 그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창작 욕구를 가진 이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메리트'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기회 총량의 자체는 수도권이 크지만, 경쟁도 그만큼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비교하고, 그러다 보니 너무 방어적이고 재고…. 그게 사람을 주눅 들게 하더라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하지 않나. 짧게 얘기하자면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고 뭐라도 이뤄내 보세요. 그러면 본인에게 엄청 가치가 있는 일일 거예요."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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