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붕어빵

@최민석 입력 2023.11.26. 15:09

찬바람이 불면 길거리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겨울간식이 있다. 바로 군고구마와 붕어빵이다. 변변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군고구마와 붕어빵은 추운 겨울 주린 배를 채워주고 아이들을 웃음짓게 한 먹거리였다. 그때 그 시절 아빠들은 퇴근길에 종이봉투에 막 구운 군고구마와 붕어빵을 넣은 종이봉투를 보며 아이들이 기뻐할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문이 열리자마자 종이봉투를 받아 든 아이들은 서로 하나 더 먹겠다며 투정을 부렸다.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었던 군고구마와 달리 붕어빵은 아빠의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먹기 힘들었다. 번거로운 밀가루 반죽을 해야하는데다 붕어빵 기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또 하나의 인기 겨울간식은 호빵이었다. 호빵은 동네 가게나 슈퍼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데다 하얀 맨빵에 짙은 밤색의 팥이 풍성해 인기를 끌었다. 이들 겨울간식은 착한 가격과 달달한 풍미로 입맛을 돋우며 지금의 기성세대에겐 추억과 향수의 매개체가 됐다.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팔던 이들은 생계형 중년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를 마치고 등록금 한 푼이라도 보태기 위해 거리로 나선 10대 고3생에서부터 알바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대학생과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예비역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구깃구깃 모은 용돈으로 손수레와 고물상에서 산 드럼통을 개조하거나 중고 붕어빵 기계를 사서 거리에서 장사를 했다.

이렇듯 아빠들은 지갑에서 천원짜리를 꺼내 군고구마와 붕어빵이 든 종이봉투를 아이들에게 건네며 웃음을 선물했고 아이들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기쁨과 행복으로 겨울을 이겨내며 자라났다.

최근 붕어빵 장사에 20∼30대 MZ 사장들과 고교생 창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창업 문턱과 비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메뉴와 SNS 홍보를 무기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입소문을 탄 곳에서는 예약제와 오픈런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붕어빵 반죽 10kg 가격이 2만5천원에서 4만원선으로 급등한데다 편의점과 카페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게 됐다. 수년 전만 해도 1천원에 많게는 4개 가량 사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1개 밖에 살 수 없다. '고물가'에 한겨울 서민들에게 특유의 맛으로 행복을 줬던 붕어빵도 맛보기 힘들어진 현실이 씁쓸하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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