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동방 제일루로 통했던 희경루가 최근 중건 준공식을 가졌다. 조선 문종 1451년 광주목 관아 누각으로 처음 지어진 지 572년만에, 일제 강점기 광주읍성과 함께 해체된 지 116년만에 광주 도심에 다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건한 건축물에 현직 시장이 쓴 현판을 달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희경루는 조선 문종때 당시 무진군수 안철석이 '무진군의 광주목으로 승격·복호'에 따라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한다'는 '희경(喜慶)'이라는 이름을 담아 지은 누정이다. 당시 신숙주는 '동방에서 제일가는 루(樓)'라 칭했다. 광주시는 2009년 중건 기본계획을 세웠고, 민선 7기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는 주요 사업으로 60억원을 들여 중건을 추진했다. 원래 위치는 현재 충장우체국 일원으로 파악되나, 광주공원에 건립됐다. 복원이 아닌 중건으로 불리는 이유다. 중건의 밑그림은 보물 제1879호 희경루 방회도이다. 희경루 방회도는 1546년 과거 증광시 문·무과에 합격한 최흥룡 등 동기생 5명이 1567년 희경루에서 만나 이를 기념해 그린 그림이다.
희경루 중건은 웅장한 규모에 그치지 않고 조선시대 건축물의 하나가 옛모습대로 재현, 광주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공공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공공 건축물에 현직 시장이 쓴 현판의 적정성이다. 광주시는 희경루 중건 자문위원회에서 ▲한자 현판에 채택된 집자▲유명한 서예가에게 의뢰▲과거 지방관 격인 시장이 직접 쓰는 등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애초 강기정 시장은 글씨에 대한 부담감으로 본인이 쓰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시장이 쓴 한글 '희경루'글씨는 낙관과 함께 현판에 씌였다. 적절치 않다. 앞으로 시민들이 수긍할 합당한 조치가 나와야한다. 아쉬운 것은 행정의 영역이다. 공공 건축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행정편의주의로 보여주기 의식에만 집착해 과공비례의 오점을 남겼다. 여기서 한가지 더. 역사적 의미가 큰 건축물 중건식이기에 와공·석공을 비롯한 도편수 등 건축가 중심의 자리가 됐어야 했다. 무더운 뙤약볕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멋진 건축물로 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들의 노고는 행정과 정치인들의 요란한 행차에 묻혀버렸다. 언필칭 문화도시 광주의 세련되지 못한 문화 수준의 민낯이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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