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폴리와 디자인비엔날레

@유지호 입력 2023.06.05. 17:59

광주광역시엔 고려 말(우왕 4년, 1378년)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읍성이 있었다. 왜구 침략에 대비해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처음 등장한다. '읍성은 돌로 쌓았고, 8253척(2.5㎞)이고 문은 네 곳, 우물은 100곳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좀 더 자세한 기록이 남았다. 92년 옛 전남도청 주차장 부지 정리사업을 하다가 일부 성벽과 하부 토축이 발견되면서 존재가 확인됐다.

세계적 관심이 쏟아진 건 2011년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때다. 도시와 소통하는 특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어번 폴리(Urban Folly)가 추진되면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예향을 대표하는 핵심 인프라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하고 있다. 장동4거리에서 시작돼 금남로 공원∼광주세무서 앞∼서석로 아시아음식문화의 거리∼옛 광주시청 사거리∼장동4거리로 돌아오는 4.5㎞ 구간이다.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당시 비엔날레 주제는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라는 의미. 노자 '도덕경'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에서 길(道) 대신 디자인(圖)을 차용했다. 새로운 도시 디자인 개념을 선보인 셈이다. 작은 건물에 장식 목적으로 설치한 조형물을 뜻하는 폴리가 대표적이다.

광주라는 장소와 디자인의 만남. 옛 읍성에 대한 기억은 문화 인프라로 되살아 났다. 읍성 터의 흔적을 좇아 10곳에 폴리를 설치한 것이다. 도시인들 일상의 삶과 연결됐다. 그 간 여러 논란에도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축물로 평가 받아온 이유다. 총 예산만 116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유명 건축가·예술인 등이 모두 4차례나 참여했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작품 수만 31개다.

디자인 비엔날레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시각 문화의 최전선에서 시대 담론을 형성하는 글로벌 이벤트. 9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광주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 광주와 디자인의 시·공간적 소통을 시도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 '풀꽃(1)'이다.

가을 하늘은 높고 바람은 청아하다. 일상에 녹아든 '디자인과의 만남'을 통해 광주, 삶과의 소통을 시도해 보는 것도 '게미진 멋'일 듯 싶다. 가을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풀꽃은 '오래 보아 온' 폴리로 치환된다. 그 간 광주는 디자인과 산업 융합을 위한 아틀리에(Atelier) 역할도 해왔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