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벌레

@김혜진 입력 2023.05.21. 17:54

요즘 한반도는 벌레로 뒤숭숭하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벌레는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다. 지난 18일 잠실경기장을 습격하며 전국적으로 주목 받게 된 이 벌레는 5~6월 한강과 인접한 지역에 자주 출몰한다. 전염병을 옮기지 않고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벌레이지만 크기가 크고 떼를 지어 다니며 사람에게 달려들어 혐오감을 준다. 하필 유동인구가 많은 광진구와 성동구, 강남구 지역에 떼로 나타나는데 빛을 좋아해 밝은 곳으로 달려드는 습성 때문에 최근 이 일대 상인들과 행인, 주민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도 벌레로 시끌시끌하다. 입주하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 혹파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등의 직접적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몰려다니는 데다 주로 가구 자재에 서식하다 나오기 때문에 집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생활에 불편함과 불쾌함을 주고 있다.

마른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인 흰개미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에서 국내에서 발견된 적 없는 외래종 흰개미가 발견됐다. 이 흰개미는 마른 목재를 갉아먹기 때문에 목조로 만든 주택과 가구에 붕괴 등의 상당한 피해를 끼친다. 특히 날개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군집을 이룬지 5~10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돼 국내에 이미 널리 퍼져있을 가능성도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연희동에서 나온 벌레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고 전두환의 차남인 전재용의 전 부인이자 전우원의 친모인 최 모씨가 전두환 일가의 비밀을 한 방송에서 폭로하면서다. '문이 달린 책장 속 수납장에는 1천만원짜리 구권 현금 다발이 가득했으며 구권과 신권을 다시 포장하는 작업을 며느리들이 직접 했는데 벌레를 무서워하는데도 억지로 작업을 해야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전두환은 1997년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으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을 청구 받았으나 지난 2021년 922억원의 미납 추징금을 남기고 사망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버틴 그가 호화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공공연한 비밀이 벌레와 함께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옛말이 틀리기도 하나보다.

김혜진 취재2본부 차장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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