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천원의 행복

@이윤주 입력 2023.03.23. 20:24

화폐의 가치는 늘 변한다. 우리나라 종이화폐 중 가장 낮은 단위인 '1천원'의 값어치도 그렇다. 아직 붕어빵은 2개 정도 살 수 있지만, 과자 한 봉지 값에도 못 미친 지 오래다. 그래서 아예 동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해마다 가치가 쪼그라들고 있는 '1천원'이지만, 구석진 곳까지 온기로 감싸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한 끼 식사 챙기기가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도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추진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과 정부가 각각 1천원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대학에서 지원한다. 광주·전남에서도 여러 대학이 참여해 매일 아침 부담 없는 가격에 식사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양동시장에 문을 연 '천원국시'도 훈훈함을 더한다. 이곳 메뉴는 국수 하나다. 만 50세 이상 주민, 양동시장 당일 영수증을 지참한 이들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따뜻한 우리밀 손국수를 1천원에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는 국수 한 그릇당 3천원에 판매한다. 광주에서 생산된 100% 우리밀에 멸치와 다시마 등을 우려내 깊은 맛이 일품인 육수,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까지 모두 국산이다.

시장 내 경로당 한켠에 문을 연 '천원국시'는 노인 일자리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간이다. 어르신들이 만들어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1천원에 사 먹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정겹다.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100~120그릇이 뚝딱 팔리고, 대기줄은 일상이 됐다. 사실 단돈 1천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이 가장 대부격이다.

밥 한 공기와 시래기 된장국, 반찬 3가지를 1천원에 판매하며 '천원식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2010년 문을 연 후 여러 차례 폐업의 위기 속에서도, 어머니의 유언을 애써 지키려는 딸과 주변의 도움으로 아직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공간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천 원 한 장에 온기가 더해지니, 온 세상이 따스해지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는 하루 종일 골목을 누비며 폐지를 모아야 손에 쥐는 것이 천원 몇장이다. 그동안 천원을 너무 가벼이 여겼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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