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유보통합

@이윤주 입력 2023.01.31. 21:44

요즘 취학전 아이들은 대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거치기 마련이다.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상 필수코스가 된 지 오래다.

유치원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이전 유아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유치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초 영국이다. 1816년 영국 면직업자 로버트 오언이 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스코틀랜드 뉴라나크에 세운 유치원이다.

우리나라에 유치원이 처음 생긴것은 1897년 부산유치원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이었다. 우리나라 어린이를 위한 최초 유치원은 1909년 함경북도 경성군 나남읍에 설립된 나남유치원이지만 이때도 교사들은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학교법인 또는 종교기관 등을 중심으로 하나둘 생겨난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9천여곳에 이른다.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6세 미만의 어린이를 돌보고 기르는 시설이다. 일제강점기 '탁아소(託兒所)'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으며, 1970년 정부 정식인가를 받았다. 한때 새마을유아원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1991년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어린이집으로 명칭이 통일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점은 모두 취학전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자 산업화 이후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아이들을 돌볼 곳이 필요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곳은 '교육'과 '보육'이라는 단어로 철저하게 구분지어져왔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기관으로,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을 근거로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담당 기관은 물론 교사 양성 체계와 시설 기준 모두 다르다.

'닮은 듯 다른' 두 곳을 통합하는 방안은 김영삼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때마다 시도됐지만, 40여년 동안 헛바퀴를 돈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교육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한동안 진통을 겪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교육부가 '유아교육·보육관리체계통합(유보통합)'에 다시 나섰다. 어려운 첫 걸음을 내딛었지만 과제가 만만치 않다. 준비기간도 고작 2년에 불과하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아이들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 학부모들을 뒷전으로 내몰아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또다시 밥그릇 싸움에 매몰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한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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