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본질이 아닌 논리의 시대

@안현주 입력 2022.12.04. 14:02

언론의 순기능이 비판일까, 콘텐츠 생산일까? 어느새 이런 논쟁의 의미가 희미해졌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의 광고효과는 떨어지고, 먹고사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권력 감시의 지식인일까, 정보 생산의 월급쟁이일까? 그다지 이런 논쟁의 의미도 찾기 힘들어졌다. 정치·경제·언론 융복합의 필요충분조건은 많아졌고, 유연함은 생존자들의 공통분모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놓고 이익을 추구한다. 철저하게 이익중심 조직이다. 돈과 가치가 충돌할 땐 양심이나 염치쯤은 버려야 한다. 가치는 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때 다시 쓰면 된다. 돈으로 위압감을 주거나 돈으로 권력을 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늘 그들의 명분이었다.

언론과 검찰, 학교, 병원, 정당은 좀 다르다. 이익만 좇다가 패가망신하기 쉽다. 망신살 뻗치면 꼬리를 잘라 패가는 면한다. 살아남으려고 논리를 만들어 구성원에게 체화시킨다. 그 논리는 기득권을 질기게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기득권은 권력과 정보, 돈과 명예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기득권끼리 마구 섞인다. 학자가 정당을 옹호하거나 정당에 몸담기도 한다. 언론인이 정치를 하고, 정치인이 대학총장이 되기도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기득권이다.

섞일 때 필요한 것은 연관성인데 지금은 많이 따지지 않는다. 실력이 없어도 억지논리를 만들고, 조롱받아도 억지논리로 이겨낸다. 그렇게 섞여도 이상하지 않은지 오래 됐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기득권을 지켜왔다.

우리는 할 말을 하는 조직이라고? 그 '할 말'은 기득권을 지키는 말이고, 그 말을 인정받으면 승진하고, 공천 받는다. 그게 조직을 지키는 일이니까.

소통하려고 언론이 있고, 건강하려고 병원이 있고, 꿈꾸려면 학교가 필요하고, 민주를 지키려면 정당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언론이 소통을 방해하고, 병원이 건강을 해치고, 학교가 꿈을 막고, 정당이 민주를 후퇴시킬 때도 많다.

언론과 언론인, 검찰과 검사, 대학과 교수, 병원과 의사, 국회와 국회의원, 집권세력에 따라 그 본질이 달라진다. 군대 문화가 그렇고, 4대강 사업이 그렇고, 검찰 강국이 그렇다. 언론말로 '물 먹지 않으려면' 조직 논리로 밀어붙이고, 조롱 따위는 이겨내야 한다.

안현주 사회교육팀 부장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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