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자전거의 추억

@도철 입력 2022.08.16. 18:12

"학생 시간됐으니 이제 반납해 줘." 자전거 대여점 사장님이다.

인기 있는 사양이라 시간을 잘 지켜줘야 하지만 어렵게 빌린 입장에서야 아쉬움이 크다.

"5분만 더 타게 해주세요. 5분만" 무릎만 굽히지 않았을 뿐이지 5분이 왜 이렇게 간절한 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때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끼고 아껴야 한 달에 한번 겨우 자전거를 대여해 탈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학교 앞 자전거 대여점에 전시된 날렵한 자전거는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투박한 일반 자전거와 달리 날씬한 체형에 손잡이마저 아래로 휘어진 '바이시클'이라 불리던 녀석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감히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품목이 아니여서 선망하는 마음만 더욱 커졌고 때문에 어찌해서든 돈을 모아 30분이라도 꼭 타야한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 내 나이가 된 자식들은 자전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자전거를 배우던 처음에야 잘 타보려고 안달이었지만 막상 잘 타게 되고 또 자전거를 소유하다보니 아파트 한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전거보다 더 재미있는 롤러블레이드가 있고 또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전동기가 나타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보니 블레이드를 사주고 전동기를 빌려 주니 아들이 어린 시절 나와 똑같은 소리를 한다.

"아빠 30분만 더 빌려주면 안 돼. 조금 더 타고 싶다." 온 몸이 땀 범벅이던 녀석을 겨우 달래 집으로 데려오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대학생이 됐다.

좋은 추억은 그러나 최근에 읽은 짤막한 기사 하나로 감성이 파괴돼 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담임을 본 한 홍콩의 한 학부모가 자전거를 타지 말고 차를 한 대 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아들이 '교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없고 공부는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길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학부모는 심지어 이를 다른 교사와 학부모 등 58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공개했다.

지난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사연이 보도되자 '차를 사줘라', '교사 처우를 개선하라' 등 SNS에 난리가 났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니 정답은 모르겠지만 대체로 황당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도철 경제에디터 douls18309@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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