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三伏蒸炎

@선정태 입력 2022.08.09. 20:20

아무리 삼복증염(烝炎)이라지만, 여름철 더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하다. 뜨거운 곳의 대명사인 아프리카처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를 대프리카로 불렀다. 대구의 끔찍한 여름 날씨는 여수 밤바다의 가사에 빗대 '대구 불바다, 이 폭염에 담긴 지옥 같은 얘기가 있어,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더위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습도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삼십구도 너와 함께 걷고 싶어. 대구 불바다'라는 가사까지 나올 정도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이제 광프리카가 대프리카와 쌍벽을 이룰 정도다. 아니 광주시민들은 오히려 대구 시민들보다 더 힘든 날씨 속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비슷한 광주와 대구, 비슷한 환경의 도시끼리 발전해보자며 달빛동맹까지 맺으며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있지만 이제는 날씨까지 경쟁하려 한다. 무더운 날씨에 익숙할 법한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도 우리의 여름에는 '어떻게 살아 가냐'며 혀를 내두른다.

한때 중국 중년 남성들의 혐오 패션으로 베이징 비키니가 거론됐다. 중국 남성들이 더위를 이유로 상의를 말아 올려 배를 내보이며 거리를 활보하는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비쳤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단속하면서 볼 수 없는 풍경이 됐다. 하지만 이런 더위가 이어지면 이제는 베이징 비키니가 아닌 서울 비키니나 코리아 비키니 모습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다.

녹아내릴 듯 펄펄 끓는 더위가 우리나라나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심각하다. 얼마 전 일본이 폭염으로 논의 가재가 익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스페인 마드리드는 45도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이베리아반도에서 1천 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영국은 수도 런던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고, 열기로 인한 공항 폐쇄, 열차 운행도 취소했다. 이뿐 아니다. 이른 폭염과 강수량 부족으로 유럽 절반은 심각한 가뭄에 노출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프랑스는 산불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시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은 중서부 지역 주민 4천만 명을 대상으로 폭염 경보를 내렸고, 전력 수요 폭발로 인한 정전 사태를 우려할 지경이다.

이런 폭염의 원인을 인간의 이기심에 의한 기후 위기라는데 반론의 여지는 없다. 지금이라도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 집단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가볍게 여긴다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 것이 뻔하다. 어쩌면 인류는 살기 좋았던 금성을 지금 꼴로 망쳐놓고 지구로 건너왔을지 모른다. 

선정태 취재1본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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