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광프리카'

@유지호 입력 2022.08.05. 18:14

광주 여름은 더위가 유난하다. 7일은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지만, 폭염은 좀체 가라앉을 줄 모른다. 귀뚜라미 대신 매미 우는 소리가 밤낮없이 흐드러지게 들린다. 예부터 무더위는 삼복이 고비다. 7∼8월 열흘 간격으로 오는 초복·중복·말복이다. 입추가 말복보다 늦으면 말복을 중복 20일 뒤로 넘기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이 기간을 가장 더운 여름으로 친다. 올해가 그렇다.

더위는 습도에 따라 결을 달리한다. 광주처럼 습도가 높아 끈적끈적하고 불쾌감을 줄 땐 '무더위'라 일컫는다. '물'과 '더위'가 만나 이루어진 말이다. 후텁지근하고 푹푹 찌는 날씨를 뜻한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뜨거운 김을 쐬는 것과 같은 '찜통더위'와 '가마솥더위'가 있다. 모두 습하고 더운 날씨를 나타낸다. 반면 강더위·불더위·불볕더위는 습도가 낮은 더위를 가리킨다.

습도는 불쾌지수를 높인다. 습도가 높으면 열 배출이 어려워진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다. 불쾌지수는 기온과 공기중의 습기의 변화에 따라 느끼게 되는 불쾌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교통사고가 28%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여름철 전력 수요도 온도 보다 습도에 따른 불쾌지수에 영향을 더 받는다.

광주 무더위가 유별난 이유가 밝혀졌다. 기상청이 1991~2021년 전국에서 가장 더운 광주와 대구의 여름철 평균 기온·습도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기온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붙은 대구가 광주 보다 조금 높았다. 반면 습도는 광주가 대구를 10% 가량 앞섰다. 대구가 '건식사우나'라면 광주는 '습식사우나'인 셈이다. 습도의 영향을 받는 체감온도는 광주가 가장 높다.

습도가 높으면 건강에 더욱 치명적이다. 최근 발표된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 연구팀의 폭염 관련 논문이 대표적이다. 열 스트레스 지수(HI)로 볼 때 습윤폭염이 건강에 더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폭염에서 '주의' 수준이던 게 습윤폭염에선 '극도의 주의' '위험' 단계까지 도달했다.

무더위는 지리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도시 계획·디자인과 관련이 깊다. 인간의 노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 촘촘한 광주 맞춤형 폭염 대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추가 비용은 물론 '광프리카'를 피해 여름철 '피광(避光)' 현상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이다. 기후·습도 관리가 시민들의 삶의 질·건강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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