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부다페스트와 광주

@유지호 입력 2022.06.23. 17:44

며칠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전해진 소식은 반가웠다. 한국의 '수영 괴물' 황선우 선수의 자유형 200m 은메달 뉴스였다. 국제수영연맹(FINA) 주관의 선수권대회 메달은 박태환 이후 11년 만이다. '2019년 7월 광주를 뜨겁게 달궜던 수영대회의 레거시(유산)일까'. 기억은 2017년의 부다페스트를 소환했다. 주경기장인 두나 아레나 등에서 광주·대회 홍보에 나선 터였다.

도시는 따뜻했다. 닮은 점이 많아서였다. 마자르족(헝가리인의 원류)은 7세기 무렵 한반도 북부에 거주했던 퉁구스계 말갈족으로 알려졌다. 그래선인지 이름과 주소·날짜 표기법이 같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성을 앞에, 이름을 뒤에 쓴다. 대표 음식인 '굴라시'엔 고춧가루와 같은 파프리카 가루를 넣어 먹는다. 시민공원에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흉상이 있다. 그는 프란츠 리스트 음악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아픈 역사를 지녔다. 1956년 헝가리혁명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학생·시민 등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구 소련은 탱크 1천여대를 앞세워 무력 진압했다. 그 해 10월 말부터 20여일간 2천500여 명이 숨졌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모티브가 됐다. 상흔은 영웅광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80년 당시 광주 5·18 민주광장 처럼.

준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73년 창설된 FINA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린다. 하지만 코로나 19 탓에 일정이 꼬였다. 2021년으로 예정됐던 일본 후쿠오카 대회는 내년 7월로 밀렸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차례로 순연됐다. 대신 FINA가 올해 대회를 부다페스트에서 여는 것으로 재조정했다. 광주대회 전·후로 개최하게 된 셈이다. 벤치마킹을 통해 비효율을 줄이는 등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두 도시는 트램으로도 연결됐다. 빌라모시라 불리는 트램은 부다페스트의 대표적 명물. 화려한 야경·다뉴브강 등과 함께다. 트램은 세계문화유산이 즐비한 도시의 미래와 현재, 과거를 잇는 매개체다. 광주에선 논쟁의 불쏘시개가 됐다. 강기정 당선인이 "농성역∼광천버스터미널∼KIA챔피언스필드 구간, 수소트램 도입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다. 관련 기사에 반대 댓글들이 달렸다. 자동차·시내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존의 상징'. 부다페스트의 트램이 광주에 주는 교훈이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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