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공공성이 먼저다

@도철 입력 2022.05.04. 15:39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뒤 정치색 논란에 휘말린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의 자막 메시지다.

4월 27일 방송 말미에 그동안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제작진 입장으로 보이는 '나의 제작일기'라는 글을 내보냈다.

프로그램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불공정 발언'이 일파만파 이어지자 아픔과 고민의 흔적을 대변한 것이라 판단된다.

제작진은 '유퀴즈'를 통해 만난 출연진과 진행자 유재석·조세호 모습이 담긴 장면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은 길바닥 보석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고 했다.

또 "높은 곳의 별을 좇기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다"며 "유퀴즈는 우리네 삶 자체였고 그들의 희로애락은 우리들의 블루스였다"고 했다.

제작진은 특히 유재석·조세호에게 고마움을 밝혔다.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고 했다.

제작진은 코로나로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자유롭게 만난 기존 포맷에서 변화를 줄 수밖에 없던 상황도 거론했다. 이들은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는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며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며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글을 맺었다.

제작진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지만 한편으로 '제작진만의 감성적 핑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 등 공공의 모든 것들은 시청자가 주인이어야 한다. 공공성을 지켜내는 것은 감성의 꽃밭이 아닌 사건의 팩트이다.

유재석 뒤에 숨어 감성을 남발하지 말고 짓밟힌 공공의 꽃밭을 먼저 세워야 할 일이다. 도철 경제에디터 douls18309@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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