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씨앗

@안현주 입력 2022.05.02. 15:02

불과 오십 여일 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3·9 대선 패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정치 파고에서 흔들렸다.

구원투수로 나선 비대위는 첫 회의에서 쇄신과 변화에 발맞춘 '여성·청년 공천 확대' 의지를 밝혔다. 출범 일성으로 당의 혁신과 정치교체를 강조한 것이다.

그즈음 무등일보는 광주·전남 독점정당인 민주당의 개혁 첫발은 '유리알 공천'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했다.

첫 기사는 필자가 작성한 '여성·청년선거구 꼼수'라는 제목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전국 시·도당 최초로 광주시의원 20개 선거구 중 청년경쟁 선거구 4곳과 여성경쟁 선거구 4곳을 지정했다.

광주시의원 지역구 40%를 여성·청년에 할당한다는 파격적인 공천안이었지만 막상 선정된 8곳을 까보자 '꼼수'에 불과했고. 지역위원장들의 '제사람 심기' 셈법이 깔려있다는 의혹 제기였다.

실명을 밝히진 않았으나 유력한 내정자의 직책과 활동내역을 담아 정치권 인사라면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기사였다.

보도 이후 당사자의 읍소와 경쟁자의 감사와 격려, 지역구를 뺏긴 현역의 하소연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한 달 반 만에 '의혹'은 '사실'로 규명됐다.

경선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드러나 재경선에 돌입한 서구3 선거구와 같은 지역위원장 관할에서 후보가 바뀐 광산구4 선거구를 제외하곤 6곳의 후보가 기사에 언급된 인물이 경선후보에 포함됐다. 그 중 3곳(북구2·5·6)은 경쟁자도 없는 단수공천 후보로 선정됐다.

이정도면 '용한 점쟁이' 수준 아닌가.

'신기'(神氣)를 잘 받은 김에 지역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의 최종 선출까지 예측해본다.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상대 후보와 유권자에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길 바란다.

조금 먼 얘기지만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민주당 공천개혁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온다.

광주시의원 선거구처럼 8곳의 지역구 중 4곳은 여성·청년을 공천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뿌린 씨앗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안현주 취재1본부 부장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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