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굿바이 코로나

@최민석 입력 2022.04.21. 11:00

1945년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 기념비적인 해였다. 지구촌 전체를 재앙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기 때문이다. 포성은 멈췄지만 삶의 터전은 잿더미가 됐고 먹고 살길은 막막했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식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을 묻은 채 삶을 다시 꾸려야 했고 모두가 멈췄던 일상을 회복하는데 전념했다.

이듬해 나온 미국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태평양전쟁 후 조국과 고향으로 돌아온 참전 병사들의 삶을 다룬 수작이다. '벤허'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프레드와 호머는 귀향길에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은 집으로 간다는 기쁨에 벅차면서도 한편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힘들어한다. 더구나 호머는 항공모함 화재로 두 손을 잃고 장애인이 된 채 살길이 막막하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의 사랑과 헌신에 힘입어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영화는 승전의 그늘에 가려 종전 후 일상으로 복귀한 이들의 아픔과 상처, 적응을 그렸다.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큰 삶의 고개와 파도를 건너도 또 다른 위기가 오며 이를 헤쳐가는 과정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삶의 경건함이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2년 1개월 동안 유지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지난 20일 현재 1천658만여명이 감염됐고 2만1천520명이 세상을 떠났다.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환자 증가는 큰폭으로 줄어 확산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0만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숱한 고통과 인내를 감수해야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손님이 끊겨 생계가 막막해졌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날 수 없었다. 모임도 힘들었고 결혼도 미뤄야 했으며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여행도 갈 수 없었고 외식도 생략했고 일상 속에서 대면으로 누릴 수 없는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지는 않다. 거리두기 해제가 반가운 이유는 평화로운 일상을 구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성공적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아직 경각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두의 땀과 노력으로 되찾은 소중한 일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아직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은 오지 않았다. 최민석 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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