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위문편지

@류성훈 입력 2022.01.19. 14:19

위문편지는 군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다. 주로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단체로 쓰게 해서 각 군부대로 전달한다. 군인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붙이게 된 이유도 위문편지를 쓸 때 선생님들이 '우리나라를 지켜주는 군인 아저씨'라 쓰라고 가르친 것이 한몫했다.

위문편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첫 선을 보였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조선총독부가 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쓰게 한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위문편지가 도입된 것은 이로부터 15년 뒤인 한국전쟁 도중 미군과 유엔군이 크리스마스에 위문선물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는 것을 본보기 삼은 것에서 비롯됐다 전해진다.

꾸준히 이어지고 확대됐던 위문편지는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강제되던 위문품 보내기 운동, 이웃돕기 성금, 방위성금 등을 각급 학교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1988년 교육부(당시 문교부)의 지침에 따라 자율화됐다. 이런 위문편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인 현재까지 남아 일부 시행되고 있다.

성인이면 누구나 위문편지에 얽힌 추억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단체로 위문편지를 썼거나, 군대에 다녀온 남성은 내부반에서 나눠준 위문편지를 돌려 읽으며 흐뭇해했던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초등학교 이후 오랜만에 지지난해 입대한 아들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훈련소에서 7주간의 기초교육을 받는 시기에 인편과 손편지 모두 썼다. 다 큰 아들에게, 그것도 '귀신 잡는 해병'에게 편지의 힘을 빌려 '사랑한다'고 적었고, 기쁘게도 아들도 '아빠 사랑한다'고 답했다.

최근 한 여고생이 쓴 위문편지가 온라인에 공개돼 시끌벅적했다. 노트를 찢어 쓴 편지는 군 생활을 조롱하는 듯한 부적절한 내용이었다. 편지가 공개된 후 여학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위문편지가 시대착오적인 문화라는 인식도 크다. '여고에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닷새 만에 14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을 정도다.

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도 군인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이 쓰는 위문편지 문화가 있다. 학교에서 쓰라고 해서 억지로 보낸 위문편지는 지금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군인을 위로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쓰는 자발적인 위문편지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류성훈 취재2본부장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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