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타이거즈 DNA

@최민석 입력 2021.12.07. 13:51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다음해 시즌을 맞은 '코끼리' 김응용 해태 타이거즈 감독은 라인업을 짜며 이같은 푸념을 털어놨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숱한 스타와 명승부를 연출하며 최고 국민스포츠로 떠올랐다. 특히 타이거즈는 83년부터 97년까지 총 9회 우승을 이끌어내며 '해태 왕조'시대를 열었다.

타이거즈는 팀 출범부터 순탄치 않았다. 팀 구성도 못해 국가대표 합숙훈련 중이었던 '대도' 김일권을 훈련캠프에서 데려다 입단시키는 우여곡절 끝에 주전 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선발투수 부족으로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유명한 김성한이 투타를 겸업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출범 첫 해 '빨간 장갑'의 승부사 김동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타이거즈는 이듬해 김응용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김 김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끈끈한 팀워크로 그 해 정상에 올려놨다.

김 감독은 유난히 선수복이 많았다. 김일권을 비롯, 김성한과 김봉연, 김종모, 김준환, 김용남 등 군산상고와 광주일고, 광주상고(현 동성고) 출신으로 이뤄진 김씨 군단과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이상윤, 이순철, 이대진, 조계현, 이강철, 이종범 등 스타 선수들의 입단이 잇따르면서 1980∼90년대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타이거즈는 이후 투타 핵이었던 선동열과 이종범의 일본 진출로 막을 내리고 97년 우승 후 모기업 부도와 선수 유출, 타 구단의 전력강화에 따라 왕조시대는 막을 내렸다.

'해태 왕조'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강한 근성과 승부욕이 꼽힌다. 감독 지휘 아래 선수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응집력 있는 팀 플레이와 함께 투타 균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원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았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것이 바로 '타이거즈 DNA'다. 2021 통합우승을 이끈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도 타이거즈 DNA를 활용해 정상에 올랐다.

어느 분야이건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피와 땀, 노력이 요구된다.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도 그렇다. 새로운 호랑이 군단의 사령탑에 오른 김종국 감독이 선임됐다. 김 감독의 '타이거즈 DNA' 수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기다려진다.

최민석신문제작부부장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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