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전두환 부인의 '15초 대리 사과'

@류성훈 입력 2021.12.01. 18:26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분께 남편을 대신해 사죄를 드리고 싶다."

전두환씨가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일말의 사과 없이 사망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에 떠밀리듯 이순자씨가 지난 27일 남편 장례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대리 사과'로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간접적이나마,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12·12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뒤 무력 진압한 5·18민주화운동 이후 41년 만의 첫 사과다.

하지만 이씨의 '대리 사죄'는 1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글자수도 54자에 불과했다. 더욱이 사죄의 대상조차 빠져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사죄인지 알도리가 없다.

국민들이 5·18에 대한 첫 공식 사과인 줄 알았지만, 이마저도 전씨 측근이 나서서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가 "재임 중"이란 표현을 써가며 전씨가 집권하기 전에 벌인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학살과는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이씨의 '15초 대리 사죄'는 오히려 분노만 더 키웠다.

이쯤이면 살아생전 전두환은 물론이고 그 가족 또한 망언과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씨는 2년 전 "전씨가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망언을 쏟아냈고, 자녀들은 추징금 납부를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전씨 유족들이 국가와 국민 앞에 어떤 죄의식도, 책임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회 한마디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대신해 광주에 거듭 사죄하고 무릎 꿇은 노재현 변호사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참회와 사과를 강요할 수 없다. 5·18 유족들은 더이상 참회나 반성의 말을 바라거나,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무고한 국민들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렸다면 그 대가는 치러야 한다.

전씨가 납부해야 할 추징금은 956억원에 달한다. 마지막 1원까지 환수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또 불법 권력으로 형성된 재산이 전씨 유족에게 넘어갔는지 철저히 추적하고, 전두환의 행태를 옹하하고 두둔하는 어떤 세력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류성훈 취재3부장 rsh@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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