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오징어게임'

@김대우 입력 2021.09.26. 18:04

1980년대만 해도 동네 빈 공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유행하던 놀이가 있었다. 맨 땅에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를 그려넣고 공격과 수비로 나눠 몸싸움을 벌이는 놀이다. 그려진 모양이 오징어를 닮아 '오징어게임'이라 불렀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지난 17일 공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된 지 4일만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순위 1·2위를 독차지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빚더미에 앉은 인생막장 456명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생존게임을 그리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그리고 '오징어게임'까지…,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어릴적 게임을 통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등만이 상금 456억원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다. 탈락자들은 죽음을 면치 못하는 잔인한 게임이지만 진행자는 평등과 공정을 강조한다. 실제 참가자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규칙으로 게임에 임한다. 참가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게임을 중단할 수도 있다.

얼핏보면 평등하고 공정한 게임같지만 드라마는 게임종목을 미리 알려주거나 힘 쎈 자들끼리 뭉쳐 담합하는 부당거래를 묘사하며 평등과 공정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 게임에는 엄연히 계급도 존재한다. 참가자들을 통제하는 분홍 가면인들이 세모와 네모로 지위가 나뉘고 이들 위에는 게임을 통제하는 '프런트맨'이 있다. 또 그 위에는 이 게임의 설계자이자 참가자인 '호스트'가 있다. 마치 경주마에 돈을 걸 듯 '누가 살고 죽는냐'를 놓고 히죽거리며 배팅하는 돈 많은 외국인 VIP들도 등장한다. 평등을 얘기하지만 평등하지 않고, 공정을 얘기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현 사회를 적나라게 풍자하고 있다. 단 한줄기 희망이 없는 막장인생을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 돈이면 다되는 자본만능주의,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는 계층간 사다리,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평등과 공정을 가장한 각종 불·탈법까지….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면 씁쓸하다.

김대우 취재3부 부장대우 ksh43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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