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불신과 내성

@박석호 입력 2021.08.23. 19:08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모두 24번의 부동산 대책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집값도 잡지 못하고 상승세만 오히려 커지고 있다. 대책이 나오면 잠시 움찔하다가 다시 이전의 집값을 훌쩍 넘는다. 정부는 이럴 때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고 대책도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부동산시장 상황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보다 밀어붙이기식 대책으로 일관했다. 24번의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정책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행위이다. 정부가 하락 시그널을 주면 그 반대 현상까지 나타난다. "더 강한 카드가 아직도 많다"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역효과만 내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내성(耐性)만 커지고 있다.

내성이란 물질 중독이나 행동 중독에서 물질을 반복해 사용해 일어나는 신경생리학적 변화로, 이전과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용량과 활동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켜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과 동일한 사용량과 활동으로는 종전과 같은 효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한국 의료계가 항생제 오남용에 둔감한 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감기만 걸려도 의사들은 항생제를 처방한다. 통하지 않으면 더 강한 처방을 하고, 나중에는 극약 처방까지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최악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연일 치솟는 것도 있지만 예전처럼 평생 열심히 모으면 집 한 칸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제수장들은 또 다시 추격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도 "주택가격이 고평가됐다"며 고점 경고와 함께 주택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민들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믿고 정부 정책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한다. 부동산시장은 일반 시장과는 다르다. 불신은 치명적인 독약이 된다. 서민들은 원한다. 집값이 진짜로 안정세를 찾고 내 집 마련이 꿈을 실현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박석호 취재2부장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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