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백신 차별

@김옥경 입력 2021.07.09. 22:02

"차별을 겪어본 바람은 타인이 겪는 차별에 공감하기 쉽다. 개인적인 능력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활동하며 평생을 소수의 권리와 평등을 위해 싸워 온 '진보 아이콘'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차별에 대해 한 이야기다.

차별은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으로써 특정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통제 형태다.

대체적으로 차별은 차별 받는 사람들의 행동과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진다. 때론 특정 인물에 열등감을 주는 제도화된 관행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결국 사회적 차별의 문제는 '다름'의 문제가 아닌 특정사회 안에서 그 계층의 구분이 승인되느냐, 아니면 부인되느냐는 것이다. 차별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삼성전자와 기아 등 대기업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추진하면서 대·중소기업간 차별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24시간 공장 가동이 필요한 대형 사업장을 대상으로 백신을 제공하고 사내 의료시설에서 백신을 접종토록 했다. 이에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등 대기업 직원들에 백신접종이 추진된다. 지역 중추산업기반인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추진했다는 측면에서 내외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열악한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은 사실상 열외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구별없이 사내 의원 등 의료시설을 갖춘 곳이라면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장기화된 코로나에 하루하루 매출 감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기 입장에서 자체 의료시설을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산업단지 등 시설내 보건소 등 의료시설기반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상대적인 박탈감,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사업장내 자체 방역도 취약한 조건에서 백신을 맞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백신휴가에서 이미 차별을 받고 있다. 차별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코로나 같은 재난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백신을 놓고 수차례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부 정책이 아쉽다.

김옥경 취재2부 부장대우 okkim@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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