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상아탑'의 위기

@김대우 입력 2021.05.25. 19:00

상아는 코끼리의 위쪽 어금니다. 뾰족하고 긴 뿔 모양을 하고 있다. 새하얗고 깨끗한 상아는 플라스틱이 발견되기 전 각종 장식품을 만드는 고급 재료로 쓰이며 보물처럼 여겨졌다.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한 곳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몸은 썩어 없어지지만 상아 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 코끼리 무덤에는 상아가 쌓여 탑을 이룬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는 '상아탑(象牙塔)'의 의미는 속세를 떠나 조용히 자신의 예술과 학문에 매진하는 학구적인 태도를 이르는 말로 발전했다. 현재는 대학 또는 대학 연구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프랑스 문예 비평가 생트뵈브(Sainte Beuve)가 19세기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를 '상아탑에 틀어박히다'고 비평한 데서 유래됐다.

이런 상아탑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 닫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다.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 마저도 미달사태를 겪을 정도니 그 위기를 실감한다.

현재와 같은 학령인구 감소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4년 광주·전남을 비롯한 지방대학 입학가능인원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져 교직원 임금삭감, 교육·연구여건 하락 등 대학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각 대학들이 운영비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등록금 수입 감소는 대학 존폐여부와 직결돼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일 대학정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대학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두고 볼 수 없었던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정부의 대책 마련과 고등교육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학의 위기극복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하고 대학 운영비를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될 때 안정적 재정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질 높은 교육, 중장기적으로는 반값등록금을 넘어 대학 무상교육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

김대우 취재3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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