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를 뜻하는 말이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 넋을 잃은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멍 때리기가 안좋게 보여지기도 하고, 정신줄을 놓은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요즘 멍 때리기가 유행이다. '멍 때리다'라는 신조어가 나온지가 몇년이 됐는데 언젠가부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휴식, 쉼을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혼자 한곳에 머물며 특정 대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멍 때리기가 핫 트렌드가 됐다.
불을 피워놓고 쳐다보는 '불멍', 공원이나 캠핑장에서 하는 '숲멍', 비 오는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보거나 물만 바라보는 '물멍', 소리에 집중하는 '소리멍', 달을 멍하게 바라보는 '달멍', 바람이 부는 언덕에 멍하니 앉아 바람을 즐기는 '바람멍' 등 멍의 대상도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일상 속의 힐링을 추구하려는 캠핑족들 사이에서 복잡한 것을 잊고 잠시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는 '불멍'과 '숲멍'이 열풍이다.
지난주에는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31분짜리 영상, '메가 릴랙스 불멍'이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2030세대의 힐링을 위해 멍 때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영화 티켓값은 6천원. 개봉을 앞두고 메가박스 서울 7개 지점의 예매율을 살펴보니 전체 60% 이상 예매될 정도로 청년층의 호응이 높았다. 돈을 지불해서라도 도심 극장에서 잠시 멍을 때리려는 청년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도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는 '물멍' 대회를 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멍을 때리려는 젊은이들이 쇄도하면서 하루 만에 선착순 40명이 마감됐다.
많은 현대인들은 멍 때릴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나마 틈이 날 때면 스마트폰을 봐야 한다. 잠시도 휴대폰을 보지 못하면 불안하고 답답할 정도다. 오죽하면 학생들에게 가하는 최고의 벌칙이 휴대폰을 압수해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됐을까.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오프라인 상태를 만들어주는 방법 중 하나가 멍 때리기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근사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오늘 잠시 짬을 내서 멍 한 번 때려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방구석이라 할지라도 휴대폰 전원을 끄고 무상무념 (無想無念) 하듯 멍을 때린다면 지친 심신이 힐링 될 것이다.
류성훈 취재3부 부국장대우 rsh@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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