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첫 결실 벅차 하나둘셋 셌어요 1천725송이"

입력 2021.08.31. 14:14 선정태 기자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②강진 이인영씨]
20년 목포 유치원 선생 접고 귀농
가족 만류했지만 녹색시골이 좋아
"처음엔 흙 만지는 것조차 두려웠죠"
농기센터 교육·먼저 살아보기 도움
초보농부 실수 연발 시행착오 겪고
2년만에 샤인머스캣 출하 앞둬
"몸 힘든데 얼굴은 더 젊어졌대요"



[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②강진 이인영씨]

나이 40이 넘어 강진군에 귀농해 인생 전환기를 맞이한 여성 농업인 이인영씨는 "직업이 바뀌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했다. 농사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씨는 농업인의 삶을 산지 고작 3년. 농사를 지은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변하면서 모든 것에 만족하고, 모두에게 감사해 하는 등 농업 찬가, 농촌 찬가를 부르고 있다.


◆"흙 만지는 것도 두려웠다"

이 씨는 목포에서 20여 년을 유치원 교사로 생활하며 남매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도시 여성이었다. 그러다 5년 전 귀농하는 지인 농장에 일손을 도우면서 귀농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가 귀농 고민을 할 때 남편은 "농사를 쉽게 보는 것 아니냐. 할 수 있겠느냐"고 만류했다. 남편을 직장을 다녀야 해서 이씨 혼자 농사를 지어야 하는 안타까움도 묻어나는 반응이었다.

강진에 대한 막연한 매력을 느낀 이씨는 2019년 유치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강진군농업기술센터에 문의,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강진에 귀농한 이인영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에서 샤인머스캣을 둘러보고 있다.

귀농한다고 밝히자 자녀들은 물론 시댁과 친정 가족들의 반대는 예상보다 더 거셌다. 아이들은 목포에 남아있겠다고 반발했다. 딸아이는 몇 달 동안 말을 건네지 않기도 했고, 친정어머니는 "도시에서 직장 다니고 편하게 살지, 왜 굳이 힘든 농촌 생활을 하려하느냐"며 역정을 내시기도 했다.

그는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만으로 농촌 생활에 도전했지만, 흙을 만지는 것도 두려웠다"며 "하지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유치원 교사 생활이 농사 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강진 청년농업인 이인영의 샤인머스캣 비닐하우스.

◆먼저 살아보기 '큰 도움'

본격적인 귀농에 앞서 몇 개월 동안 미리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성을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도 정해 선도농가에서 노하우도 배우는 기간이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애플망고와 샤인머스캣 중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기로 결심한 이씨는 강진군을 통해 선도 농가와 매칭돼 6개월간의 견습 시간을 보냈다.

출하를 앞두고 있는 이인영씨의 샤인머스캣.

이씨는 "강진군의 귀농 프로그램이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어디에 정착할 것인지 정하면 가까운 곳의 선도농가를 매칭시켜줘 더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적응을 마친 이 씨는 강진군 병영면 수인산 자락의 7개 동의 비닐하우스 600여 평을 마련, 샤인머스캣 나무를 심었다. 농사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됐다고 하지만, 포도 농사 대부분은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관리해야 한다.

이 씨는 가장 힘들었던 점을 '잡초 뽑기와 벌레 잡기'라고 꼽았다. 그는 "오전 내내 잡초를 뽑은 후 뻐근한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보면 깨끗한 흙은 몇 평 되지 않아 좌절했었다"며 "포도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2년 만에 열매를 맺은 샤인머스캣은 출하를 20여 일 앞두고 있다. 정성을 다해 기른 포도를 남편과 함께 세어보니 1천725개를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포도를 몇 송이 재배했다고 세어보는 사람은 처음이다"고 놀리면서도 "기쁘고 즐거워서 자랑하는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칭찬했다.


◆첫 농사, 수확량 적지만 행복감은 커

강진 청년 귀농인 이인영씨가 제거한 잡초를 한데 모으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도전했고, 선도 농가에서 가르쳐 주는 것도 잘 배워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할 때도 '가르쳐 준대로하면 되겠지'하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묘목을 심는 시기부터 놓쳤다. 출하 시기를 맞추려면 3월에 심어야 하는데, 이씨는 이보다 훨씬 늦은 5월에 심은 것이다. 나무가 충분히 자라지 못하면 맛과 향이 떨어지고 발색도 기준보다 못하게 띄게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씨는 비닐하우스를 적절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몰랐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무더위와의 싸움에서 초보의 실수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기온차가 20도 이상이 벌어지면서 발생한 냉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비닐하우스 상층부의 뜨거운 온도를 빼내지 못해 잎이 말라죽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씨는 "가르쳐준 대로만 하면 잘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시설이 다르고 작물을 키우는 땅도 다 다르더라. 같은 지역이어도 날씨도 같지 않는 등 환경이 다르면 그 환경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아쉬워했다.

강진 청년귀농인 이인영씨가 자신이 기른 포도 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나무를 심은 후 3년 차부터 수확하는데, 이씨는 2년 차인 올해 포도를 수확할 계획이다. 더 많은 실수를 경험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그는 포도나무에 유황과 소금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주는 게 특징이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인영씨가 출하를 앞둔 샤인머스캣을 살펴보고 있다.

◆많은 도움 받아 정착·적응 가능

이 씨는 자신이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언젠가 후배 귀농인에게 자신이 배운 것과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어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귀농을 결정할 때 몇 가지를 깊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먼저 잘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하고 기르는 시간동안 인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라고 알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하 시기를 정하고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진 청년농업인 이인영

그는 "강진군은 귀농인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잘 마련돼 있더라. 사소한 질문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자세히 알려줘서 처음의 불안이 사라지기도 했다"며 "초보 귀농인은 완벽하게 숙지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실수하기 마련이더라. 처음부터 투자를 많이 했다면 올해 농사가 제대로 안 됐을 때 충격이 컸을 것이다. 해보고 필요한 것을 조금씩 구입해보라"고 조언했다.

귀농 후 가장 바뀐 점에 대해 그는 "긍정적이고 감사하게 됐다"며 "주위에서는 더 젊어지고 항상 웃는다고 놀라워도 한다"고 웃어 보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강진=김원준기자 jun097714@mdilbo.com

             이인영씨가 재배하는 샤인머스캣 하우스 전경

"체류형 귀농사관학교 입학해 선배농가 노하우 전수"

[김순옥 강진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장]

김순옥 강진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장

"강진군은 귀농1번지이자 우리나라에서 아열대작물 재배가 가장 적합한 지역입니다. 지역 인심 역시 매우 좋습니다."

김순옥 강진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장은 "매년 100명이 넘는 귀농인이 강진군에 정착하고 있다"며 "1천명에 육박하는 귀촌인들도 강진군의 매력에 빠져 있다"고 자랑했다.

김 과장은 강진군의 장점에 대해 '귀농 사관학교'를 꼽았다. 2019년 8월 개관한 귀농사관학교는 지금까지 17세대가 이용했다. 이 중 12세대 22명이 강진에 귀농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체류형 귀농학교인 귀농사관학교는 400여평의 텃밭을 함께 재배·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보조사업과 융자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농업기술센터 전문가가 지원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귀농인이 강진군에 정착하면, 실패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김 과장은 "주 작목 배움 교실을 통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작목을 선정해 실습 과정을 거친다. 수확·선별·유통 등은 선도농가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강진군의 체계적인 안전장치를 통해 귀농하는 분들의 실패 확률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귀농 체험이나 귀농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강진군의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인 '푸소(Feeling Up, Stress off)'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진군의 정과 멋, 맛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진군은 귀농인들을 위해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며 호감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건 지원.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할 때 수건을 하나씩 건네면 귀농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수건 하나가 주민들과 귀농인간의 호감을 상승시켜 유대 관계를 키워주는 계기가 된다. 분쟁이나 갈등 해소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며 "귀농인들이 작은 부분까지 문제가 없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6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