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

[이슈& 해남오시아노 관광단지 딜레마 ⑥] "국비타령" 지자체, 자구책은 없나

입력 2021.06.27. 16:40 김봉일 기자
전남도·해남군 세일즈행정 미흡
10명 도지사·9명 군수 거쳤지만
진입도로·기반조성공사가 '전부'
道, 정부 건의·회의·공무 쳇바퀴
하수처리장 분담비로 '티격태격'
해남군, 3만㎡ 매입 사업 의지
관광공사, "낮출 수 없다"만 고수
전남도가 오시아노관광단지 활성화 방안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지만 적극적인 세일즈 행정을 펴지 못해 민자유치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광공사 "조성단가 이하로는 절대 못 판다"

오시아노관광단지는 아직도 허허벌판으로 남아 바닷바람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전남도와 해남군은 과연 무엇을 해왔던 것일까. 열 사람의 도백이, 아홉 명의 군수가 각각 전남도와 해남군을 거쳐 갔건만 진입도로와 기반조성공사가 전부일 뿐, 오시아노관광단지는 여전히 나대지다.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가 사업시행자다 보니 그저 구경이나 하면서 과실만 따먹자는 심산이었을까. 대부분의 투자가 국비로 진행된다고 국비타령 읍소로 중앙정부에 건의만 일삼고, 관계기관 회의에서 자리만 채운 채 제 역할은 다하지 않았느냐고 여겼다면 정말 소극행정과 탁상행정의 전형을 연출했던 게 아니던가. 적어도 오시아노관광단지가 전남땅에 건설되고 애달픈 지역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관광단지 조성 초창기부터 하수처리시설 설치문제를 놓고 관광공사와 거의 20년간 힘겨루기 싸움을 벌였던 전남도였다. 지난 2019년말 기획재정부의 설치비 조정안(전남도 50% 관광공사 50%)이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지난해 12월 하수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관광공사나 전남도가 진정으로 환황해권 경제발전 축에 복합해양관광 위락단지로의 역할을 깨달았더라면 그토록 긴 세월동안 방관하며 방치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다.


◆하수처리시설로 20년간 힘겨루기

우여곡절 끝에 1천500t급 하수처리시설인 1단계 사업이라도 벌인다고 하니 그나마 천만다행인 듯싶다. 하지만 계획대로 오는 2024년 6월까지 완공하려면 213억원의 국비, 도비, 환경개선특별회계비를 단계별로 투입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해남군은 하수처리시설이라도 들어설 경우 민자유치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내다보지만 민자유치가 하루속히 이뤄질 보장이 없어 앞으로도 가시밭길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0실 규모의 오시아노 리조트호텔 건설도, 750억원이 투입돼야할 마리나 항만 기반시설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애당초 오시아노관광단지의 조성계획 가운데 민자유치 비율이 70%를 차지했다는 자체가 무리수였다. 관광공사측의 전언처럼 교통여건이 열악하고 사회간접시설(SOC)이 잘 조성돼있지 않은 오시아노관광단지 분양가가 인근지역 3.3㎡(1평) 시세보다 3~4배가량 비싸다는 사실은 엄청난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관광공사는 사업을 추진했고, 전남도와 해남군도 덩달아 부화뇌동했던 게 작금의 현실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속사정을 뻔히 알고 남음직한 전남도와 해남군이 아예 손을 놓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남도나 해남군이 적극적으로 민자유치에 나서야 하는 근본 이유다. 다시 말해서 전남도와 해남군은 시장경제 속에서 수요가 없다면 수요를 창출해야 하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수요가 나오지 않을 경우라도 세일즈행정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어떻게든 민간자본을 끌어와 허허벌판만은 면해야 할 일이다.


◆높은 분양가 민자 유치 가장 큰 ‘걸림돌’

전남도와 해남군 관계자들은 관광공사가 제시하는 높은 분양가가 민자유치의 가장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명리조트가 지난 2012년 3.3㎡(1평)당 분양가만 웬만했어도 관광단지 내로 입주했을 것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한숨을 내쉰다. 전남도 입장에서야 해남에 입주하든, 진도에 터를 닦든 크게 상관없을지 몰라도 해남군은 당시 '대어'를 놓친 게 뼈아픈 실책이라고 아쉬워한다. 땅만 소유하고 있으면 별로 손해날 게 없는 관광공사의 배짱장사가 단지조성을 더디게 하고 일을 그르친 셈이다.

그렇다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2조(처분재산의 예정가) 제1항과 제1~2호, 제2항과 제3항은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인 즉, 일반경쟁 입찰을 두 번 실시하고서도 낙찰자가 없는 경우 최초 매각 예정가격의 100분의 50을 최저한도로 매회 100분의 10의 금액만큼 그 예정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입찰공고가 나가고 두 차례 유찰된 뒤 전남도나 해남군이 입찰에 나설 경우 분양가의 50%에 낙찰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조항이다.

또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6조(계약의 방법) 제1항과 제3항에서도 얼마든지 민자유치를 이끌어낼 방법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계약의 목적·성질·규모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참가자를 지명,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여기서 국가가 입찰 당사자인 경우는 입찰참가자격을 사전심사하거나 시공능력, 기술능력, 실적, 재무상태, 법인등기부상 본점소재지 등으로 입찰 참가자격에 필요한 요건을 정할 수 있다고 명기해놓고 있다.

문제는 관광공사가 공고나 국내외 투자설명회 개최 등 맛보기식 전시행정에 연연하지 않고 오시아노관광단지를 진정 빠른 시일내에 조성할 확고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30년간 막혀있던 체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관광공사는 오시아노관광단지의 시설을 관리 운영하면서 자회사 ㈜KTO 파트너스 직원 13명을 파견해 임금 및 시설보수비로 6억여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16억원 등 매년 23억원씩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공문과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할 때마다 관련 법령이나 규칙을 준거로 분양가를 낮추는 길이 최선책이라고 관광공사측에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조성단가에 이윤을 더한 가격 이하로는 낮출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해남 오시아노 관광단지 전경

◆해남군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추진해야”

해남군은 오시아노관광단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군비를 투입해서라도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가 해남군에 3만㎡ 정도의 부지를 적정가격으로 매각할 경우 이곳에 해수탕이나 복합상가단지 등을 건립, 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한 선도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관광공사가 해남군에 요구한 ▲둘레길 조성(해안과 산악) ▲꽃길 조성 ▲방문객 교통편의 지원 ▲축제 지원 ▲청소년수련관 등 시설투자와 관련해서는 현재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남군은 이 같은 하드웨어적인 사업보다 소프트웨어 사업인 ▲해넘이 축제 ▲캠핑 페스티벌 ▲관광상품 개발 등의 홍보물 제작과 이미지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만약 현행법으로도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묘연하다면 '오시아노관광단지 활성화촉진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투자자들을 위한 조세감면책이나 금융지원책 등 투자환경을 대폭 완화하고 각종 제출서류들을 보다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표류 중인 오시아노관광단지의 활성화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민간자본을 유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관광공사의 개발의지와 협업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지적이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해남=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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