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남도의 청정어장에서 갓 잡아 올린 간재미가 제철을 맞고 있다.
봄이 올 무렵 밥맛 없을 때 식욕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새콤달콤한 간재미회 무침이 최고다.
막걸리 식초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새콤 달콤한 맛이 나는 간재미회 무침은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다시 찾아오게 할 만큼 맛이 있다.
간재미는 참홍어의 맛과 비슷하다. 참홍어는 삭힌 홍어 맛에 거부감 있는 사람들도 맛이 있게 먹을 수 있는 봄철 진미다.

◆ 간재미는 홍어다
홍어라는 이름을 갖고도 홍어라고 불리지 못하고 제 이름을 뺏긴 딱한 생선이 '간재미'다.
국어사전에는 간재미의 명칭이 간자미의 남도의 방언으로 나온다. 간재미의 진짜 이름은 '홍어'이고 우리가 아는 홍어의 이름은 '참홍어'이다.
간재미의 바른말은 가오리다. 가오리는 가오리목에 속하는 연골어들이다. 가오리목에 속한 생선으로는 홍어,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 목탁가오리, 전기가오리, 가래상어 등이 있다. 흔히 간재미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상어가오리다. 암초와 갯펄이 섞여 있는 곳에 많이 서식하며 약 20~120m 까지 서식 수심은 광범위한 편이다. 먹이로는 새우, 오징어, 멸치 등 소형어류이다. 간재미 암놈은 꼬리가 한가닥 곱게 뻗어 있고, 수놈은 그 꼬리 양옆으로 기다란 생식기를 달고 있는 것으로 구별한다.
간재미는 가오리의 새끼라고 알려졌지만, 어촌에서는 가오리와 간재미를 구분한다.'간재미'는 커도 '간재미'인 것처럼, 어부들은 엄연히 다른 종으로 구별한다.
신안군 도초도쪽에서는 1㎏ 이하를 간재미라 하고,이보다 더 큰 간재미는 가오리라 한다. 또한 간재미와 가오리의 색깔도 다르다고 한다.
간재미는 생김새는 일반적으로 몸이 넓고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가오리와 마찬가지로 마름모 형태를 하고 있다. 간자미의 꼬리지느러미는 작거나 없고, 뒷지느러미도 없으며, 수컷의 배지느러미 안쪽에는 막대 모양의 교미기(交尾器)가 존재한다.
간재미의 산란은 이르면 늦가을부터 시작하여 봄까지 이루어진다.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나 산란기를 가지는 흑산도 참홍어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부화했을 때의 새끼는 크기 때문에 어릴 때 죽을 확률이 다른 어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간재미 산란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남해안의 간자미 산란은 3-5월에 이루어진다. 산란 철이 오면 알주머니에 부화를 준비하는데 서해안 지역에서는 이런 알 주머니가 탕감의 재료로 인기가 있다.

◆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간재미회나 무침은 남서해안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진도의 작은 마을인 청용리 서촌마을 앞바다에서 자란 간재미는 서해와 남해 두 물이 만나 걸러낸 청정 갯펄밭에서 자라 그 맛이 특별하다고 한다. 항구도 없는 마을에 위판장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지만, 마을 어부들이 잡은 간재미를 동네 아낙들이 사들여서 하나, 둘 대야에 이고 나와 오일장에 팔기 시작한 것이 서촌 간재미라고 한다. 그때부터 서촌 간재미는 진도 오일장에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서촌 간재미가 다 팔리고 나야 다른 생선이 팔리기 시작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촌 간재미가 진도 어물전을 주름잡았다고 한다.
진도읍 내에는 서촌 간재미의 명성에 걸맞게 간재미회, 간재미회 무침,간재미찜,간재미탕을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식당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3월 초 신안군 도초도에서 어부들이 새우와 오징어 미끼를 주낙에 끼우고 바다로 나서면 이 겨울 제일 맛이 좋다는 간재미가 잡혀 올라온다. 일반적인 회무침과는 달리 갓 잡은 간재미살로 도초도의 겨울 특산품 시금치(섬초) 함께 무쳐내면 오돌오돌한 맛과 아삭아삭한 맛이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고 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간재미를 김치와 된장을 함께 넣어 간재미 김치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흑산도홍어(참홍어)는 상온에 두면 피부에 쌓여 있는 요소가 암모니아 발효를 해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간재미는 발효가 일어나지 않고 상하기 때문에 대부분 생으로 먹는다고 알려졌지만, 도초도에서는 홍어처럼 발효시켜서 먹기도 한다.
참홍어처럼 항아리 안에 간재미와 짚을 넣어 밀봉해두고 삭혀 먹기도 한다. 천일염 항아리에 일주일 정도 염장한 돼지고기를 삶아서 간재미회와 묵은지를 얹은 삼합, 그 삭힌 맛은 도초도에서 맛볼 수 있는 간재미 맛이다. 이 간재미 맛은 흑산도 참홍어 못지않게 맛이 알싸하다고 한다.
간재미의 다른 조리법들은 참홍어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간재미 애(간)와 알집, 갈파래를 넣고 애(간)탕을 끓이고, 간재미 뼈를 잘게 다져 시래기와 함께 조물조물 양념하여 맑은 탕으로 우려내면 간재미뼈탕으로 조리된다. 도초도의 간재미가 맛이 있어 3월 말이면 '신안 간재미 축제'가 개최된다.
겨울철 완도읍 장좌리에 가면 간재미를 줄에 걸어놓고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진풍경이 집집마다 펼쳐진다. 겨울에 잡힌 간재미는 살이 더 부드럽고 뼈가 연하여 꼬득꼬득하게 말리면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약 5일 정도를 꼬득꼬득하게 반건조시킨 간재미는 바닥에 무를 깔아 조림으로 해 먹으면 담백하고 부드럽다.
그보다 바싹 말린 간재미포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결이 살아있는 그 식감 그대로 살려 무치거나 고추장에 볶아 먹어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겨울철에 이각망으로 잡은 싱싱한 간재미는 미역국에 끓여도 맛이 있다.
완도 앞바다에서 직접 채취하여 말린 미역을 참기름에 볶아 우려낸 국물에 갓 잡은 간재미는 손질하여 자르지 않고 통째로 넣는 것이 비법이라고 한다. 애를 낳고 산후조리 음식으로 제일 많이 먹었다는 통간재미미역국은 보양식으로 최고다.
◆ 간자미 회무침이 맛이 있는 식당들
간재미는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데 제맛은 산란기인 3~5월이 가장 맛이 있다. 이 무렵의 간재미는 살이 오르고 산란을 준비 중이어서 많은 영양분이 비축되어 있다. 또한 간재미는 연골어류로 뼈째 먹을 수 있어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며 암컷이 수컷이 비해 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껍질을 벗긴 부드러운 간재미살은 썰어서 초장, 된장,된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간재미 살을 묵은지에 쌈 싸 먹어도 맛이 별미다.
간재미살에 미나리, 무채, 마늘, 각종 양념을 넣고, 막걸리 식초에 버무린 간재미회 무침은 새콤달콤하다.
진도 일학식당의 간재미회 무침은 진도를 찾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식당은 촌로들이 단골로 이용하는 듯한 허름한 분위기로 마치 목로주점을 연상한다.

손님이 도착하면 주인장은 부뚜막 한편에 소나무 잎으로 마개를 하여 소주 됫병에 담가논 막걸리 식초를 꺼내서 서촌에서 잡은 간재미살과 미나리, 무채, 마늘, 각종 양념을 넣고 간재미 회를 무친다.
간재미회 무침이 양푼에 담아 나오는데 촌스러우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 간재미회 무침에 소주를 한잔 걸치고 나서,남은 무침에 밥 두 그릇을 넣고 비빈 간재미회 무침 비빔밥은 새콤한 밥알에서 달큼한 맛이난다.
도초도와 화도항과 비금도 가산항에는 맛깔스러운 간재미회 무침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있다.

도초도 화도의 간재미 맛집으로 좌 보광식당, 우 돌고래식당으로 할정도로 간재미 요리가 유명하다. 두 식당의 맛은 식초의 농도와 반찬의 가지수에서 차이가 있을뿐 맛도 비슷하다.
보광식당의 간재미묵은 묵으로도 먹을수 있고, 간재미국으로도 변신한다. 간재미국은 구수하고 담백하다. 보광식당의 간재미 회무침은 진도의 일학식당에 비해 막걸리 식초 농도가 센 맛이 나지만, 그릇에 담아 놓은 간재미회,간재미회 무침은 모양이 그럴싸하다. 서울 사람들도 보광식당과 일학식당의 간재미회와 무침이 맛이 있어 택배로 주문하여 먹는다.
막걸리 식초로 무친 간재미회 무침은 남도의 갯벌에서 나는 간재미와 남도의 유명한 막걸리 식초가 빚어낸 맛깔스러운 음식들이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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