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 금정면 궁성산 성터 샘에서 발원한 탐진강(耽津江)은 장흥읍을 거쳐서 54㎞를 흐르며 강진만에 이르러 바닷물과 합류한다.
탐진강은 영산강, 섬진강과 함께 전남의 3대 강으로 알려졌다. 탐진강(耽津江)의 유래는 제주도의 옛 이름 탐라의 사자가 신라에 조공할 때 배가 이 강 하구의 구십포에 머물렀다고 해서 탐라국의 탐(耽)자와 강진의 진(津)자를 따서 탐진(耽津)이라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탐진강 하류의 강진만은 천혜의 황금어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낙지와 문어, 주꾸미, 감성돔과 농어, 부서, 장대, 개불, 황 가오리 등의 어류들이 다양하게 서식한다. 가을에는 전어와 갈치도 많이 잡힌다. 특히 개불은 이맘 때쯤 강진읍 내의 유명한 한정식 식당이나 해남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였다.
좁은 강진만 하구에 있는 강진군 신전면 사초리의 복섬과 해남군 북일면 내동리의 소등섬은 개불의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맛이 있는 개불은 지금은 씨가 말라서 작년에 완도 사후도에서 약 300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 뼈대 없는 원통형 막대기 모양
개불이라는 이름은 생김새가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개불은 몸통이 옅은 자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고 있고, 단단한 골격이나 뼈대가 전혀 없는 원통형의 막대기 모양을 지니고 있다.
몸길이는 10~30㎝ 정도이며, 두께는 3~5㎝에 이른다. 몸길이가 가장 긴 것은 말 거시기만 하다. 암컷과 수컷이 구분되며, 수정은 암컷의 몸 밖에서 이루어진다. 산란은 수온이 내려가는 12월과 수온이 올라가는 3~4월에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영일군 근해와 남해안에서 많이 나며, 도미·가자미·감성돔 등의 낚시 미끼로도 쓰인다.

강진만의 수심은 약 3.5m에 이른다고 한다. 개불이 서식하는 강진만의 복섬, 소등섬 일대의 해저는 자갈과 모래가 약간 섞인 갯벌 바닥으로 뒤덮여 있어 개불이 서식하기에는 최고의 서식처다.
개불은 바닷물과 함께 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미세한 찌꺼기들이나 플랑크톤을 먹는다. 여름철에 바다 밑바닥 1m 아래에 틀어박혀 있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한겨울 번식을 위해 표층으로 이동하여 약 30㎝ 깊이의 'U자'형 구멍을 파고 살아간다. 이 때 개불을 잡는다.

◆전체 마을소득 하루 만에 수억원
개불은 한겨울에 산란하기 위하여 표층으로 이동한다. 이때 잡는 개불이 가장 맛이 있다고 한다. 강진만의 사초리, 내동리 일대는 맛이 있는 개불과 낙지, 석화가 많이 난 곳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강진만의 하구 복섬이나 소등섬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에 개불을 잡았다고 한다. 매해 겨울,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 때 음력 보름인 2월 중순이나 3월 중순, 4월 중순쯤의 한 날을 정해 하루나 이틀 동안 어장에 나가 개불을 잡는다.
두 마을은 해마다 줄어드는 개불을 보존하기 위해 2014년 이후에는 공동어장을 두고 격년제로 개불을 잡고 있었다.
마을 공동으로 개불잡이에 나서 물이 빠지는 2~3시간 계속된다. 개불잡이는 물때에 맞추어 낮이나 밤에 잡기도 한다.

새벽의 개불잡이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도깨비불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은 추위에서도 아랑곳없이 허리까지 차는 바닷물에 들어가 호크나 호미를 가지고 자갈과 모래가 약간 섞인 갯벌 바닥을 호크로 꾹 찔러내고 바닥을 긁어내어 개불을 잡는다.

복섬과 소등섬에서는 갯벌을 뒤집는 소리로 요란하며 쉴 새 없이 호크 질과 호미질을 거듭하면 많은 개불이 잡혀 올라온다.
개불을 잡을 때는 2인 1조로 움직이는 팀이 더 많이 잡는다. 한 명은 큰 호크로 자갈과 모래가 약간 섞인 갯벌을 떠올려 그물채에 올려 씻어내면, 한 명은 개불을 골라내고, 튜브에 묶어진 플라스틱 채반이나 그물망에 담는다.
허리춤까지 차는 바다까지 나가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과 혼자서 잡는 경우 섬 주변에서 호크와 호미 등을 이용해 갯벌을 긁어내어 개불을 잡는다. 개불을 잡아 마을로 돌아오면 수확한 개불은 이미 예약이 된 상태다. 그동안 주민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개불잡이에 많게는 개인당 2천마리, 평균 700~800마리를 잡았다.
작년에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수산물 도매상에서 거래되었던 시세대로 치면, 개불 한 마리에 3천원에 팔면 하루 소득이 600만 원에서 240만 원에 이른다. 개불을 잡아 판매한 마을 소득이 어림잡아 하루 만에 몇억 원에 가깝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횟집 별미
개불은 한국에서 특히 즐겨 먹는 음식 재료로, 그 역사는 1990년대 이후부터 시작되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으나 알려진 뒤로는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현재는 횟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별미로 취급된다.

개불은 회로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다. 긴 몸의 양쪽을 잘라낸 다음, 손으로 창자를 훑어내려 손질하고, 입안에 들어갈 만큼 썰어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최고로 맛이 있다. 보통 횟집에서 회를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손질한 개불을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아 먹으면 달큼한 맛이 더욱 진해진다.
개불은 남자의 성기 생김새를 닮은 모양 때문에 예로부터 정력제로 이용되어 왔다.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인, 타우린도 풍부하여 건강식으로도 알려졌다. 개불의 효능으로는 숙취 해소와 기관지 보호 등이 효과가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며 철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강진만 사초리의 복섬과 내동리 소등섬에서 나는 개불은 호크로 갯벌을 직접 파서 작업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고 살집이 두꺼워 씹는 맛이 독특하다.
이 개불은 특유의 녹색 빛깔이 나고,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의 영향으로 달큼한 맛이 나며,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바다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대한민국 최고로 맛이 있는 개불로 알려졌다. 서해안 쪽에서 나는 개불은 입안에 들어가면 오돌오돌하고, 질기지만, 부드러우면서 달큼한 맛이 나는 강진만의 개불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초리와 내동리에서 개불을 잡을 때면 이곳이 고향을 떠난 향우들까지도 그날만큼은 꼭 내려오거나, 택배로 주문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개불 맛을 즐기곤 하였다.

사초리에서는 개불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제1회 강진 사초 개불 축제를 개최하였다. 이틀간 이어졌던 축제때 관광객 1만6천여명이 다녀가고, 축제를 위해 준비한 20마리 400g기준 3만원짜리 개불 5천500상자가 완판되었으며 개불 판매액이 1억6천만원에 이르렀다. 2015년 제2회 개불&낙지 축제가 열렸고, 제3회 개불&낙지 축제는 2016년 4월 1일에 열렸다. 제4회 개불 축제는 코로나로 인하여 축제가 중단되었다.
강진만 개불은 양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2018년까지 지속해서 잡혔으나, 2019년 겨울 무렵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강진만 하류에 사는 어민들에 의하면 2018년부터 개불의 치어가 보이지 않더니, 2019년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2021년 3월 개불은 완도 사후도에서 약 300여 마리가 잡혀 남창의 수산물 도매상에서 판매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한 마리의 가격은 3천원, 4마리이면 돼지 한 근 값이었다.
◆많은 조개류들과 함께 자취 감춰
이맘때가 되면 개불 맛을 즐겼던 사람들은 사초리와 내동리를 찾는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맛이 있는 강진만 개불 맛을 볼 수가 없다.

개불이 사라진 첫째 원인을 2006년 6월 준공된 장흥댐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장흥댐은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탐진강에 상류에 있는 댐이며, 전남 9개 시군의 생명수이다.
탐진강의 상류가 장흥댐으로 막히게 되자 흔하게 흘러내렸던 강물의 감소로 인하여 개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모래, 자갈들이 하류에 공급되지 않아, 점차 개불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한때 강진만에 서식하였던 많은 양의 조개류들이 감소하였던 이유도 탐진강 강물의 유입량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였다.
두 번째로 오염된 강진 사내호와 만덕호의 물이 유입되어 강진만의 해조류와 어패류의 서식하는 생태계를 파괴해 개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강진만 사초리에서 개최한 3회의 개불 축제로 인하여 어민들이 많은 양의 개불을 잡아버려 개불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결국 강진만에 개불이 서식하기에는 건강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개불이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개불이 제철일 무렵 사초리와 내동리를 찾는 매년 찾는 서남해환경센터 한해광(55) 센터장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맛이 있는 개불이 강진만에 다시 돌아오려면 강진만의 주변에 사는 어민들은 개불을 몇 년 동안 잡지 않고 휴식년제를 해야 하고, 한 해에 한 번씩만 채취해야 합니다. 강진만이 건강한 생태환경이 조성되면 맛이 있는 개불은 강진만에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고 주장한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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