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측한 외모… 잡아도 “재수 없어”
요즘엔 귀물 대접… 건강식 각광
여수 안도는 연안자망 조업 한창
생물 직송 현지 전문식당들 인기
쫄깃한 식감이 씹다보면 사르르

아귀(餓鬼)는 다소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아귀의 흉측한 외모를 보고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바다에 그냥 던져 버렸다고 한다. 흉측한 외모와는 달리 요즈음 아귀는 귀물로 대접받고 있으며, 겨울철에 맛이 있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아귀 요리는 지방질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저칼로리 음식인데,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건강에는 매우 이로운 생선이다. 특히 쫄깃한 껍질은 콜라겐 성분으로 피부 건강에 탁월하다. 지난달 23일 오전 여수시 안도의 안도항에서 연안자망 소현호(선주 김기호·63·2.99t)를 타고 아구를 잡는 생생한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아귀는 입의 크기가 엄청나다
아귀는 입은 몸의 앞쪽에 있고 매우 크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고, 양턱에는 뾰족한 빗 모양의 이빨이 조밀하게 나 있다. 입의 크기가 엄청 나게 커서 아귀 몸의 절반을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아귀는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처럼 좁아 늘 배고픔의 고통을 당한다고 여겨지는 육도의 중생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에서 유래됐다.
아귀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조사어(釣絲魚), 속명 아구어(餓口魚)'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 "큰 것은 2척 정도이고 모양이 올챙이 같다고 하였고, 또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낚싯대가 있고 그 위에는 낚싯줄이 있으며 그 끝에는 밥알 같은 미끼가 있는데, 낚싯줄과 미끼를 놀려 물고기가 이를 먹으러 달려들면 잡아 먹는다"고 했다. 아귀는 아구, 물텀벙, 망청어, 물꿩, 꺽정이 등으로 불리며, 남도 사람들은 아귀를 아구라 부른다. 아구는 '아귀'의 비표준어이며, '아가리'의 방언이며, '자산어보'의 아구어(餓口魚)에서 유래된 듯하다.

아귀는 우리나라 서남부 연해와 동해남부 연해에 분포하고, 암초가 많은 곳이나 해조류가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행동이 둔해서 해조가 무성한 해저에서 기어 다니듯 살며, 봄철에 산란한다고 한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아귀와 황아귀 두 종이 알려져 있으며 동중국해에 분포하는 아귀의 경우 4~5월경 중국 연안으로 이동해 4월에서 8월 사이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산란장 연안에는 수많은 알이 한천질에 쌓인 띠 모양을 이루며 떠다니는 것이 관찰된다.
생긴 모양으로 봐서는 크게 이동하지 않을 것 같지만 산란기에는 상당한 거리를 헤엄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귀의 크기는 20~30㎝가 많지만 큰 것은 1m에 달하기도 한다. 아귀의 몸빛은 회색이고 연한 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다. 입속은 검은색이고 복간만은 흰색이다. 아귀는 생긴 모양이 제멋대로인 데다 무늬까지 있어 수초 사이에 숨어 있으면 물고기인지 돌인지 알 수 없어 보호된다.

아귀는 큰 입을 이용해 잽싸게 먹이를 삼켜버린다. 아귀의 큰 몸을 유지하려면 많은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데 둔한 몸으로는 다른 생물을 사냥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귀에게는 다른 어류에서 보기 드물게 주둥이 위에는 긴 가시(촉수)가 나 있는데 가시는 낚싯대 모양으로 끝은 피질로 돼 있어 살살 흔들면 마치 낚시 끝에 미끼가 달린 것 같이 보인다. 일종의 낚시 끝에 미끼, 먹이 유인 장치를 흔들면 호기심 많은 물고기를 입 주변으로 모이게 한다.
이때 아귀는 큰 입을 이용해 잽싸게 먹이를 삼켜버린다. 아귀는 먹이를 한번 물면 절대로 놔두지 않는다. 아귀의 배 속에는 통째로 삼킨 고급어가 들어 있는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아꾸 먹고 가자미 먹고' 하는 속담이 생겼다. '아꾸'는 아귀의 방언이며, 이 속담은 일거양득이라는 뜻이다.

◆아귀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아귀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어획되는 어종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맛이 있다. 이즈음에 아귀가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다. 아귀는 찜, 탕, 수육, 전골, 회, 아귀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맛볼 수 있다. 아귀 요리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음식은 아귀찜이다.
아귀찜은 마산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에 된장, 고추장, 콩나물 등을 섞어 볶아서 아귀찜을 조리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마산은 반건조 아귀를 사용하고 다른 지역은 생아귀를 쓰는 등 지역별로 조리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남도에서는 목포와 여수 쪽에서 아귀 요리를 맛이 있게 조리하는 식당들이 많다. 맛이 있는 아귀탕을 끓이려면 제일 먼저 머리를 뗀 콩나물을 씻어 놓고 대파, 고추, 미나리 등 야채들을 큼직하게 썰어 준비한다. 손질한 아귀와 미더덕 등을 넣고 끓는 물에 데친다. 데친 아귀살은 건져내고 그 물에 콩나물을 살짝 데치면 아삭아삭한 콩나물이 된다.
육수는 따로 덜어낸 후 불을 끄고 콩나물과 아귀를 넣어 섞어내고, 아귀 한 마리 기준으로 고춧가루 진간장, 설탕, 마늘을 적당하게 넣어주고 양념을 잘 버무린 후, 불을 켜고 준비해두었던 야채들을 넣고 볶아준다. 마지막으로 전분물을 조금씩 넣어주며 점도를 맞추고, 잘 볶아졌으면 참기름과 고추기름을 넣어 마무리하면 맛이 있는 아귀찜이 된다.

아귀찜에 넣은 미더덕과 콩나물은 찰떡궁합이다. 미더덕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으로 동맥경화, 고혈압, 뇌출혈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한다. 아귀찜의 매콤한 양념 속에 묻힌 미더덕을 씹으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느껴진다.
아귀찜의 두툼한 살은 부드럽게 씹히고 콜라겐이 많은 껍질은 쫀득하고 탱탱해 입안에서 맛있게 늘어진다. 아귀는 여러 야채와 함께 먹으면 식이섬유가 보충되어 좋으며, 특히 무와 함께 먹으면 무가 아귀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귀탕은 아귀, 청양고추, 홍고추, 무, 미더덕, 미나리, 파, 소금, 마늘, 콩나물을 넣고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싱싱한 아귀, 콩나물, 미더덕이 없으면 맛이 없는 아구탕이 된다.

아귀 수육은 별미로 꼽힌다. 아귀살은 일반 생선과 다르게 살이 쫄깃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아귀찜과 달리 아귀 수육은 겨울이 아니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겨울에는 아귀살이 탱탱하며, 겨울이 지나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아귀의 간은 비타민A·E를 많이 함유해, 노화 방지, 시력 보호, 뼈 강화 등에 효과적이다고 한다. 또한 간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어 별미로 꼽힌다.
최근에는 남자의 정력 강장제 바다의 푸아그라로 알려져 겨울철에는 아귀의 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아귀 수육과 함께 나오는 아귀의 내장, 위는 맛이 있어 고소하고 꼬들꼬들하다. 아귀회는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흰살을 막걸리로 씻어주고, 다시 물로 깨끗하게 씻어준 다음 해동지로 숙성시켜 썰면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난다. 겨울철에 삐득삐득 말린 아귀는 아귀찜과 아귀탕으로 조리되고, 살만 떠서 말린 아귀포는 구워서 먹으면 맥주 안주로도 최고다.
◆남도에서 유명한 여수 안도 아귀
아귀는 여수의 유명한 음식 재료며, 겨울철에 어획량이 많고 신선도가 좋아 아귀 요리가 맛이 있다고 한다. 여수시 안도항은 겨울철 아귀를 잡는 어부들이 많다. 현재는 10여 척의 배가 연안자망으로 아귀를 잡고 있다. 안도의 두멍안에서 하루는 투망하고 이틀째는 그물을 끌어 올려 아귀를 잡기 위하여 출조한다.

안도 아귀의 서식지로는 안도의 동북쪽 해역 초삼도, 중삼도, 외삼도, 동고지 해역에서 서식한다. 안도항에서 불과 약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해역이다. 그곳은 어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안도의 동북쪽 해안은 암초(巖礁)도 많고 해조류가 풍부하여, 아귀가 서식하기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라 한다. 겨울철이면 전국에 많은 관광객이 싱싱한 아귀를 즐기기 위하여 안도를 찾는다.

안도에는 해산물과 관련된 맛깔스러운 음식점들도 많지만, 아귀 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많다. 안도에는 중리일번지식당, 제일식당, 백송식당에서 아귀찜, 아귀 수육, 아귀탕을 조리하여 손님상에 낸다. 안도의 싱싱한 아귀 요리는 어느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 있는 아귀 요리다.
안도를 자주 다니는 주춘옥(63·자영업) 씨는 "안도의 싱싱한 아귀 요리는 담백하고, 맛이 있거든요. 바다의 푸아그라라 알려진 싱싱한 아귀의 간은 안도의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으며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린다"라고 말했다. 주씨는 안도의 싱싱한 아귀가 맛이 있어서 겨울철이면 여수시 안도를 찾는다고 한다.
안도에서 잡은 아귀는 여수 중앙동 아귀 취급 상회로 직송되며, 일부는 전국적으로 택배 판매한다고 한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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