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 바다 위에 머물던
고기잡이 어부들 신 열무김치에
갓 잡은 제철 생선 썰어 넣고
된장 풀어먹던 데서 유래된 음식
초장 맛 대신 시큼한 열무김치
타지역과 차별화된 맛 선사
된장물회 본향이라는 '삭금포구'
횟집마다 지역대표 메뉴로 선봬
철 따라 달라지는 생선 맛 묘미
얼음 동동 국물 뱃속까지 시원
이청준 생가·영화 천년학 세트장
선학동 마을 인접 문학의 향기도
무더운 여름, 입맛이 없을 때면 신맛이 나는 음식을 찾는다. 신맛은 입맛을 되살리면서 뱃속이 시원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장흥은 남도에서 식초가 가장 맛있다는 음식점이 널려있다. 초복, 중복, 말복에 사람들이 삼계탕이나 닭백숙, 민어탕을 먹으며 복달임을 한다.
먼저 물회는 복달임 음식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찾는 음식이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복달임 요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을 냉한 음식으로 다스린다는 일명 '이열치한(以熱治寒)'에는 물회가 제격이다. 여름에 장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된장물회다.
된장물회는 장흥에서 맛볼 수 있는 고유 음식으로 된장의 짭짤하고 구수함에 식초의 상큼함이 더해져 입맛이 없는 여름에는 미각을 돋운다. 장흥 된장물회는 장흥군에서 지정한 9미에도 등장한다. 장흥 9미는 한우삼합, 매생이탕, 된장물회, 키조개요리, 바지락회무침, 하모 샤부샤부, 굴구이, 갑오징어회(먹찜), 황칠백숙 등이 있다.
장흥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된장물회는 회진면 삭금포의 물회횟집이 유명하다. 삭금포에는 충성횟집, 용궁횟집, 남촌횟집 세집이 된장물회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삭금포에서 시작된 된장물회는 인근 회진면 소재지로 파급되고, 급기야는 장흥 읍내까지 전파됐다. 동해안 쪽 속초물회와 포항물회는 시원한 육수에 넣는 재료는 거기서 거기고, 서로 맛도 비슷하다. 장흥물회와 제주물회는 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는 점에서 사촌지간 쯤 된다.
시큼한 열무김치를 넣은 장흥 된장물회는 구수한 맛을 풍긴다. 장흥 회진면 삭금포구가 장흥 물회의 원조라고 한다. 삭금포구는 소설가 이청준 선생 생가와 천년학 촬영지인 선학동에서 불과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된장물회의 역사를 삭금포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온다.
원래의 장흥 된장물회는 삭금포구에 사는 어부들이 며칠씩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점심을 먹으려다 보니 준비해간 김치가 시어버려 잡아 올린 생선 회를 뜨고 된장을 섞어 먹은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삭금포 된장물회 맛집 충성횟집은 지금의 주인장 김남순(68)씨가 15~16년 동안 운영했다. 김남순씨는 이 횟집의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인수받았다고 한다. 충성횟집의 상호는 인근 군부대의 인사 구호인 '충성'에서 따온 상호로 생각되지만, 전에 운영했던 주인장 이름의 앞자에서 '충'을 따고 주인장의 큰딸 이름 앞자 '성'에서 따와 '충성'이란 상호가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충성횟집은 술을 좋아하는 술꾼들이 속을 푸는 해장 물회를 자주 찾는 까닭에 사시사철 된장물회를 내온다. 된장물회의 주재료는 삭금포의 밭에서 자란 열무를 뽑아서 담근 열무김치다. 김치는 1주일에 이틀은 바깥의 실온에 놔두고 5일은 냉장고에 넣어 발효시킨다.
발효된 열무김치와 싱싱한 회를 넣고 고춧가루, 양파, 청양고추, 마늘, 양파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이어 찬물을 부어 넣고, 집에서 담근 토종된장을 풀어 식초, 설탕 등을 넣는다. 마지막 단계로 깻가루를 뿌린 다음 네모난 열댓개의 얼음덩어리를 투하하면 맛있는 된장물회가 완성된다.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에서 친구들과 제주도를 간 적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스쳐간 TV 방송에서 회진 삭금포구의 된장물회가 맛있게 보였다. 친구들과 제주도 가는 길에 들른 삭금포 충성횟집의 된장물회는 뱃속을 시원하게 했다. 전복물회나 한치물회, 해삼물회를 맛보았던 필자의 입장에서 된장물회는 꽤 매력적인 음식이요, 여름 제철의 풍미 가득했던 맛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도에 도착하자 점심식사로 서귀포 보목동의 어진이횟집에서 자리돔물회를 먹으면서 된장물회 맛을 진짜로 알았다.
삭금포 충성횟집의 된장물회 밥상은 소박한 물회 밥상이다. 밥상은 삭금포에서 채취한 해산물과 논밭에서 자란 농산물을 재료로 한 밥상으로 결코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밥상이다. 된장물회는 그렇게 토속 된장과 어우러진 시큼한 열무김치의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몸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매운 청양고추의 칼칼함은 된장물회의 맛을 더욱 시원하게 하며,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남은 물회는 국수나 밥을 말아 먹으면 그만이다.
신맛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상차림으로 나오는 식초병에서 약간씩 추가하면 된다. 여름철에는 살이 무르지 않은 범치 된장물회가 한창이다. 범치 머리와 범치가 구워 나오는데 맛이 고소하다. 계절에 따라서 돔, 솜팽이, 도다리, 범치를 넣기도 한다. 비싼 생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맛도 달라지고, 가격도 차이가 있다.
천기철기자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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