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동·서양 작품 세계 한눈에 살핀다

입력 2024.04.11. 13:29 김혜진 기자
[도립미술관 개관 3주년 특별전 ‘흘러가는 바람, 불어오는 물결’]
백남준·이우환·이응노 작가
호크니·바르돈·로랑그라소
국내·외 유명 작품 한자리에
풍경·추장·균형과 조화 주제
정신·기법·조형 요소 등 살펴
기 바르돈 '아일랜드의 빛', 연도미상

동양과 서양은 그 사이 놓인 대양 만큼이나, 벌어진 시간 차이만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크게 다르다. 인간의 감성으로 완성되는 예술은 이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차이는 표현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작품 소재와 재료, 표현기법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같은 동·서양의 차이를 저명한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한눈에 살펴보는 의미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도립미술관이 개관 3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9일 시작한 특별기념전 '흘러가는 바람, 불어오는 물결'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남을 대표하는 수묵 작품부터 동시대 현대미술의흐름을 보여주는 해외 작가 작품까지를 아우른다. 이를 통해 동서양의 예술적 시각 차이와 공통점을 기법과 정신, 조형요소 등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고 두 문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메리오버링 작 무제, 1986

특히 백남준, 이우환, 이응노, 데이비드 호크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기대감을 높인다.

국내·외 작가 28명의 작품은 3개 섹션으로 나뉜다. 1부 '사실과 사의', 2부 '비움과 채움', 3부 '균형과 조화'다. 1부는 풍경화에 대한 인식을, 2부는 추상의 형태를, 3부는 동·서양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해낸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만나게 된다.

1부 '사실과 사의'는 풍경화를 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서양과 현실 너머 이상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양의 시각을 잇는다. 데이비드 호크니, 기 바르돈, 앙드레 브라질리에와 유근택, 허달재, 이세현 등의 작품이 조우하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예술가들이 자연을 해석하고 묘사하는 여러 관점을 보여준다.

백남준 작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2000)

2부 '비움과 채움'은 추상을 구현하는데 있어 여백을 통해 공간 사이의 균형을 이용하는 동양과, 기하학적 형태와 조화로운 색을 사용해 펼쳐내는 서양을 미학적 관점에서 비교해 살펴본다. 이우환, 이응노, 이강소 등의 작품과 빅토르 바사렐리, 피터핼리, 메리오버링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우환 작 '바람과 함께', 1991

3부 '균형과 조화'는 완전히 다른 것 같은 동서양 문명의 철학과 문화에서 공통점을 짚어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동서양 문화의 역사, 전통과 현대, 장르 간 융합과 조화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두 문명의 바탕에는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탐구, 자연과의 조화 등을 추구하는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동양의 정신적 요소를 현대 기술로 구현한 백남준과 황인기, 로랑그라소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이응노 작 '문자추상', 1968

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수묵 장르의 작품과 함께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격차를 완화하고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7일까지 계속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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