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세계 규정하던 것들 고찰
새로운 변화 바람 담은 작품들
"내 안의 벽 스스로 허문 시간"
먹으로 사회에 대한 목소리부터 풍경, 일상 속 애정의 대상 등을 담아온 허달용. 이순을 맞아 이제는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간의 작업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작점에 서있다. 그의 변화를 창에 담아낸 개인전 '이순 _ 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이 이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 8~20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이순을 맞아 그간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작업세계를 규정하던 것들에 대해 고찰하고 이로부터 시작한 새로운 변화와 바람을 담아낸 자리다.
전시의 시작은 지난 2021년 봄 옛 국군통합병원에서부터다. 이곳에서 작가는 폐허가 되어 스산한 창문 안 세상과 따뜻한 봄볕이 빛나는 창문 밖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에게 창이 스스로에 대한 경계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창을 시대와 세월의 먼지가 끼인 대상으로 시각화했다.
이번 전시를 채우는 작품들 또한 '창'이라는 경계 너머의 세상 속 다양한 풍경들이 담겼다. 작가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작업실 등 일상에서 마주친 다양한 풍경, 여행지에서 마주친 광경 등 늘 보아온 대상을 '창'이란 틀을 통해 다시 새롭게 인식하는 과정을 거쳐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때론 유리창을, 때론 콘크리트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있어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는 나이가 되고서야 '다름'을 보듬고 이해하기 시작한 마음을 담은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한다는 의미의 나이, '이순(耳順)'인 이유다.
허달용 작가는 "40여년 간 작품활동과 함께 사회운동과 일을 병행해왔지만 하루도 작업실에서 먹과 종이의 교감을 잇지 않은 날이 없다"며 "작품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쁨과 고통은 늘 함께했고 어느 해부터 환갑이 지나면 그 전과 이후의 삶을 달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변화를 다짐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큰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며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것이다. 어떠한 일도 귀로 듣어도 곧 이해가 될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해 이순이라하는데 이순이 된 지금 내 삶이 그러한가 다시금 되짚어본다"고 말했다.
한편 허달용 작가는 의재 허백련의 후손으로 남종화의 전통을 이어온 가풍 속에서 자랐다. 전남대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20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 초대전에 참여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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