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연작 '맥', 비공개 작품까지
시민군 활동으로 은둔하던 시절
사찰서 찾은 한국미술 정체성 담아
기술 발달으로 인해 매체가 다양해지며 최근들어 '미디어아트'가 각광 받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화려함과 신기한 기술에 빠져들 수 있는 미디어아트 작품. 이에 유명 관광지 곳곳에는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미디어아트관을 세워 새로운 사진 명소로 활용하는 등 미디어아트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통 회화 본연의 '아우라'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릴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 2월2일 오픈하는 남구 이강하미술관의 소장품전 '이강하 : 또 다른 세계'가 바로 그것.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이강하 작가의 1980~1990년대 작업한 대표작품인 '脈 맥' 연작 13점이다. 이중에는 대중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그의 대표작 '맥'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 작품이다. 1970년부터 남도사람들의 애환과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이강하 작가는 1980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 재학하며 본격적으로 작업에 파고든다. 그러던 중 5월 항쟁을 맞닥뜨린 작가는 시민군 활동을 펼치다 2년 여간 지명수배자로 전국의 사찰을 떠돌며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그의 삶에서 가장 불운하다 여길 수 있는 시기였으나 그는 사찰에서 마주하는 한반도의 자연 풍경, 한국 전통 단청 무늬, 남도 오방색을 통해 자신의 작업에 더욱 깊게 파고 들 수 있는 사상적 통로를 마련하게 된다.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펼치던 그에게 불교와 샤머니즘이 전통적 민족정서와 가치, 역사와 사상에 대한 근본을 찾을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이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작업물이 '맥' 연작이다.
'맥' 연작에 자주 등장하는 발은 우리민족의 '감춤의 미학'과 더불어 신비스러운 시각 효과를 갖는다. 발 뒤에는 불상이나 사천왕, 탈, 인물 등을 섬세하게 그려 극사실적 효과를 갖는데, 이러한 회화 방식은 샤머니즘적, 혹은 유교적 정서와 사고에서 출발한다. 특히 발은 한 줄 한 줄 그려내며 그가 오랜 시간 수행하듯 작업한 결과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많은 구상 작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펼치던 때, 이강하는 개인적, 역사적 경험을 바탕해 한국적 미감을 리얼리즘으로 구현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맥' 연작 중 그동안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3점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이 작품들은 현재 각광받고 있는 증강현실 기술을 회화로 옮겨놓은 듯 보여 신비함을 자아낸다. 당시 80년 광주를 벗어나고 싶던 그의 심적 욕망이 또다른 3차원의 세상으로 드러난 듯 보이는 작품이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은 "요 몇 년간 우리 지역에 미디어아트가 부각되면서 회화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회화의 본질' '남도 회화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혼돈이 있어왔는데 최근 지역 내에서 회화만으로도 파장을 갖는 전시가 많아지며 '회화만으로도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을 많이들 깨닫고 있는 추세다"며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 미술관은 이강하 작가의 작품 중 회화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됐고 그렇다면 '맥' 연작이 이와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다. 미술사적 사전 지식을 갖지 않는 관객들도 함께 회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23일까지.
한편 이강하미술관은 하루 두 차례 도슨트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관람을 원하는 시민은 네이버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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