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해시태그 시그네 등 다채
유수 영화제 초청작·화제작 포함
관객의 대화(GV) 시간도 마련
광주극장이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특별한 영화들을 준비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케 하는 미스터리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가슴 뛰는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설 연휴 기간 광주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유랑의 달 ▲해시태그 시그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 ▲3000년의 기다림 ▲가가린 ▲페르시아어 수업 등이다.
19일 개봉하는 '유랑의 달'은 유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낙인찍힌 두 사람이 15년 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일본의 대표 작가주의 감독인 이상일과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 홍경표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일본 서점대상 1위에 빛나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이상일 감독의 정교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일본의 톱스타 배우 히로세 스즈와 연기파 배우 마츠자카 토리 두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몰입감을 높인다.
15일 개봉하는 '해시태그 시그네'는 알약 하나로 세상과 남자친구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어설픈 관종 '시그네'의 언로맨틱 코미디다. SNS 상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스스로를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MZ 세대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보는 과몰입 아트버스터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2일 개봉하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아이들의 일상을 '돌봄'과 '교육'의 경계에서 지켜내고 있는 돌봄 노동자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이야기를 최초로 다룬 다큐멘터리다. 공동연출한 박홍렬, 황다은 감독은 두 아이가 다니는 마을 방과후를 3년간 근접 거리에서 지켜보며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일상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아냈다.
공적인 '돌봄'과 '교육' 사이에서 분투해왔지만 사회적으로 호명 받지 못하는 교사이자 10년을 일해도 1년의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25일 오후 7시20분에는 박홍열 감독과 출연진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린다.
같은 날 개봉하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4살 때부터 꿈을 통해 사람들의 미래를 보며 무녀가 될 운명을 타고 났지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고 싶은 '수진'의 선택과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제35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 13개 작품만 선정하는 후보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8일 오후 3시 박혁지 감독과 관객과의 GV 시간도 마련된다.
현재 상영 중인 '3000년의 기다림'은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를 깨워내며 펼쳐지는 판타지 무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출한 조지 밀러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부커 상 수상자인 영국의 소설가 A. S. 바이어트의 신화 단편집 '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를 영화화했다. 제75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어른들을 위한 알라딘"(ENTERTAINMENT WEEKLY), "새로운 타입의 블록버스터"(THE WRAP) 라는 호평을 받았다.
각각 개봉 4주와 5주차 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식지 않는 관람 열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가린', '페르시아어 수업'도 설 연휴 기간까지 장기 상영된다.
가가린 주택단지를 향한 소년 '유리'의 러브레터로 사라지는 공동체를 향한 향수를 담은 따뜻한 영화 가가린과 한 남자의 목숨을 건 비밀과 거짓말을 담아 내며 1만 관객을 돌파한 페르시아어 수업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으로 새해까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사항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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