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구성
시골 국민학생의 평화로운 일상
엄혹했던 5월 광주 상황 대비되며
당시 어린아이의 공포감 고스란히
영상·조각·소리 조화 집중도 높여
지맵(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입구에 들어서니 책 읽는 소녀 동상이 보인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운동장 등 교내 곳곳에서 볼 수 있던 동상 중 하나다. 우리를 맞이하는 이 소녀상은 마치 관객 손을 잡고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것 같다. 지맵이 특별전으로 기획한 이이남 작가의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의 시작점이다.
우리를 유년시절로 데려가는 이 소녀상은 전시를 관통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책 읽는 소녀 뿐만 아니라 달리는 소년 동상 등이 관객을 반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시는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 조각들이다.
작가는 지맵 건축물을 하나의 인격체, 즉 자신으로 보고 이 전시를 꾸렸다. 입구 또한 놓치지 않고 관객이 건물로 입장하는 순간을 작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오도록 연출했다.
관객이 접속한 작가의 기억은 그가 국민학교 5학년이던 화순의 1980년이다. 날씨가 화창하던 5월, 왜인지 마을에 버스가 다니지 않고 학교도 열흘 동안 쉬던 그때다.
"아무것도 모르던 국민학생 시절엔 간첩이 넘어온 일로만 알았어죠. 이러다 죽으면 어쩌지 겁만 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가 5·18이었던 거죠.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이라 단정히 쓰인 글자 아래 놓인 작은 문을 통과하자 시끄러운 소음 사이로 횃불을 들고 달리는 소년 동상이 보인다. 이 소년을 향해서는 40여대의 선풍기들이 뛰노는 아이들의 사진, 상장 등을 매단 채 마치 헬기 소리 같은 소음을 내며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다.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평화로운 일상과 헬기 소리가 대비되며 긴장감을 준다. 헬기 소리와 함께 공간을 채우는 또다른 소리인 김추자의 '꽃잎'과 소년이 들고 있는 횃불만이 헬기와 같은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뿐이다.
2층에는 전쟁과도 같던 상황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평화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군것질을 하기 위해 아버지의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던 기억, 어머니가 싸주시던 노란 양은도시락, 농사하던 아버지가 쌓아놓은 볏단이 놓인 밤풍경….
그 한 가운데에는 유난히 어릴 적 죽음과 관련한 꿈을 자주 꾸던 작가의 꿈이 펼쳐진다. 책 읽는 소녀상이 그의 꿈 이야기를 낭독해주는 이 작품은 엄혹했던 70~80년대의 분위기가 어린 아이의 내면에 어떤 방식으로 침투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화려한 색의 작품은 어린 아이가 느꼈을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한다.
3층은 이러한 분위기를 환기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떨던 아이,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삶 속에서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많은 군중에 부활을 상징하는 피에타상으로 희망을 전한다.
이이남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통해 역사적 아픔과 일상적 삶의 대비를 극대화했다"며 "과거 기억의 파편을 현재와 결합해 층마다 컨셉을 갖고 구성, 마지막엔 어릴 적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던졌던 인생이란 질문에 답을 담아봤다. 관객들이 아이의 시선 뒤 감춰진 많은 이야기를 체감하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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