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사진계 거목 작품·생애 조명
한국 근현대기 담아낸 120여점
여순사건·한국전쟁 등 참상 담아
미학적 특성 함께 살피는 자리
혼돈 속의 한국 근현대기를 사진에 담아낸 사진가 이경모. 사진기자로 광주, 전남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의 역사적 현장을 누비며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남겨온 그다. 그의 사진은 기록물로서도 중요한 작업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예술적 측면서도 인정 받는 귀중한 존재다. 그런 그의 작품과 생애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모은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이경모 사진전 : 역사가 된 찰나'를 12월 8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진전이자 국내 국공립미술관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이경모의 개인전이다. 대한민국 기록사진계의 거목 이경모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로 사진 140여점과 그의 생애가 담긴 개인적 자료들로 채워진다.
광양 출신의 이경모(1926~2001)는 현재 광주일보의 전신인 호남신문사의 사진부장으로 일하며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의 역사적 현장과 전국 각지의 풍경·문화재,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사진은 사건과 풍경의 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단순히 역사적 자료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적, 미학적 측면에서의 고유한 시각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이경모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중 비교적 많이 보여지지 않았던 일상과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이를 통해 그의 사진들이 지닌 기록적 측면 뿐만 아니라 예술적 측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실제 이경모는 어린 시절 서양화가를 꿈꿨다. 그는 19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바 있으며 천경자와 함게 미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같은 성장 배경에 따라 그의 사진은 기록물로써 뿐만 아니라 미적 대상으로써도 가치로운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그는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기록한 사진으로 유명하다. 이경모는 이같은 역사적 사건을 담은 자신의 기록물을 두고 "여수, 순처네서 숨져간 2천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 동족 간의 내전으로 인해 300만명의 사상자를 낸 6·25전쟁은 분명 우리 민족에게 아직까지도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고 부끄러움으로 존재한다"며 "그런 역사의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던 나로서는 그런 비극적 사실을 저달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고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또한 그가 찍은 여순사건 사진과 전쟁 전후의 사진들을 다수 선보이며 사건의 중요성과 함께 작가의 시선, 성실한 기록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사진가 이경모가 사건만을 담아내는 사진가가 아닌 사건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피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풍경을 미학적으로 고려해 사진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사진가로서 소신 있게, 또 예술가적 시선으로 삶과 역사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던 그의 작품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경모는 1926년 광양 출생으로 광주고보를 졸업했다. 해방기념 전남예술사진전 특선 등을 수상했으며 국전 초대작가,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자랑스런 전남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격동기의 현장' '이경모 사진집 1945~1995'가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커지는 울림 이형기 작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도 춥기만 하다. 사회에 이같은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인데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서다. 10년의 시간 동안 힘들어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는 것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인사가 아닐까. 이런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시민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대인동에 자리한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는 참여형 특별전 '4·16'을 지난 13일 시작해 27일까지 이어간다.이번 전시는 한희원, 이성웅, 이형기, 이당금 등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한희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느꼈던 상실과 비애를 담아낸 서정적 회화작품을, 이형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하고 의지하는 인물군상의 도조 작품을 통해 참사에 희생 당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전한다.예술이빽그라운드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추모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관람객과 이당금 대표.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복합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여 온 이성웅은 종이배 작품과 영상을,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당금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사진, 퍼포먼스 등을 통해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한다.특히 이번 전시는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방문한 이라면 누구나 추모의 글귀를 적고 세월호를 형상화한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를 적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관람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복잡한 과정 없이도 누구나 10주기 추모에 주체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완성되는 종이배는 작품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도, 참사 유가족에게도 용기와 희망으로, 위로와 치유로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텅 빈 마음과 잊지 않을 기억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애도와 추모의 공간을 준비했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에 방문해 종이배를 접거나 추모의 글귀, 바람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형상을 만들며 함께 추모하는 전시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한편 예술이빽그라운드는 소극장 씨어터연바람, 전시 공간 등을 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극, 전시, 콘서트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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