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연작 이은 '꽃들의 전쟁'
국제 정세 각국 국화로 형상화
세계 평화 본질 은유적으로 질문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문화공원 김냇과가 지역 중견작가 후원 두 번째 무대를 마련했다. 6일부터 한 달 동안 전개되는 설치미술가 손봉채 작가 초대전이 그 자리다.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냇과는 청년 작가 지원과 함께 미술계의 중추인 중견작가에 대한 본격적인 후원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0, 2021년 강운작가에게 2년 여간 월 1천만원씩 조건 없는 후원과 전시를 마련한데 이어 김냇과 2를 오픈, 손봉채 작가와 신호윤 작가에게 작업공간을 제공했다. 지역 최고의 메세나 활동가로 꼽히는 박 대표는 김냇과를 통한 후원 뿐 아니라 지역 미술인과 이들의 작품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적 시도에 나서며 지역 문화예술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강운에 이은 두 번째 중견작가 지원 전시로 손봉채 작가의 입체회화 시즌2를 선보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현상과 본질'을 주제로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입체회화로 탐구해온 현대인의 자화상 '이주민' 연작에 이어 세계 정세를 각 나라의 국화(國花)로 형상화한 '꽃들의 전쟁' 연작을 새롭게 선보이는 자리다.
정원수로 사랑받는 소나무와 각국의 아름다운 국화 이미지를 통해 불안한 현대인을 표현하고 세계평화의 본질을 묻는다. '이주민'연작과 '꽃들의 전쟁'을 관통하는 질문은 '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본질과 마주하기'이고 그곳으로 가 닿기 위한 여정이자 또 다른 시도다. 질문의 층위는 다양하고 깊고 넓다.
'이주민' 연작은 삶에 떠밀려 혹은 욕망에 쫓겨 자신의 터전에 살지 못하고 떠도는 현대인을 향한 아픈 보고서이다. 작가의 시선은 제 땅에 살지 못하고 인간을 위해 뿌리째 뽑혀 도시로 실려가 낯선 땅에 생존해가는 조경수를 향한다. 그 눈길은 애처로움이자 전 존재를 건 치열한 몸부림을 통해 살아남은 이들을 향한 찬가다.
이와함께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지구라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마을(국가)간의 권력 관계에 대해서도 묻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꽃들의 전쟁'은 평화와 조화를 표방하는 국제관계, 기실은 치열하다못해 살벌한 국제관계를 아름다운 국화로 조형화했다.
작품은 인류에게 연대와 공존의 필요성을 준엄하게 요구하고 나선 팬데믹과 맞물려 내용이 없는 외피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생각하게한다.
삶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1997년 신세계미술제 대상작 '나는 너다'와 그해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한국작가로 참여해 선보인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는 논쟁적, 문제적 작가 탄생을 알렸다.
백화점 1층 로비에 선보인 퍼포먼스형 설치작품 '나는 너다'는 살아있는 돼지에 진주목걸이를 걸어 자본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다.1997년 광주비엔날레서는 불편한 소음을 내며 수백개의 뒤로가는 외발자전거 설치작품을 통해 권력을 풍자하고 뒤틀린 권력에 뒤로 갈 수밖에 없는 소시민의 애환을 노래했다.
손 작가의 입체회화 연작은 이같은 다양한 실험들이 더 은유적으로, 보다 철학적으로 응축된 실험적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그의 이들 연작이 주는 감흥은 코로나 19로 나와 이웃의 관계가 더욱 중시된 현시점에서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입체회화 연작이 아트상품으로도 선보여진다. 작가의 작품을 축소해 만든 '미니 버전' 작품이나 다름 없어 소장욕구를 자극할 예정이다.
박헌택 김냇과 후원회장은 "예술도시 명성에 걸맞게 지역미술의 다양성을 확장하기 위해 청년예술인 지원과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에 대한 지원도 함께 해가고 있다"며 "손봉채 작가를 비롯해 강운 등 중진작가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 깊이 천착해가는데 김냇과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대인동 복합문화공원 김냇과서 6월 6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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