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 수상자
음악에 대한 감상 그린 작품과 달리
곡 형식·음색·맥락 등 화면에 담아내
연주자 개성따라 달리지는 형태 '주목'
음악은 귀로 듣고 느낀다. 눈 앞에 실재하는 '유형'의 존재가 아니다. 그런 음악을 눈 앞에 실재하게 할 수 있을까. 음악을 형태 뿐만 아니라 감상적 측면까지 포함해 우리 눈에 보이게 한다면, 어떤 형태일까.
음악을 캔버스에 옮겨놓은 작품이 젊은 작가의 손에서 태어났다. 음악을 그리는 이 작가는 지난해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이다희 작가. 광주신세계백화점이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를 초청해 초대전 '푸른 전주곡 WTC BWV853'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바흐의 대표작인 '평균율 클라비어곡집(The Well Tempered Clavier Book)' 1권 중 8번곡을 회화로 표현했다.
작가의 작품은 음악을 들은 자신의 감상을 표현한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곡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곡의 특징을 전달하고 연주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곡의 특징이나 개성을 드러낸다. 날카롭거나 부드러운 음색, 연주가 쉬었다가는 음악적 맥락 등도 모두 담아낸다.
이다희 작가는 "음악은 읽는 것이 아니고 귀로 감각하는 존재로 작품을 통해 음악 자체를 말하고 싶다"며 "악보 경우 편집자가 두 장 안에 음표가 다 들어갈 수 있도록 편집하기에 음악적 맥락과는 상관 없이 편집이 된다. 나의 작품은 음악적 맥락은 물론 소리에 대한 형태, 연주 방법에 따른 음색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같은 곡이더라도 연주자의 개성과 해석에 따라 연주가 달라지는 것처럼 그의 작품 또한 같은 곡이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형태의 작품이 나온다.
작가는 "해당 연주자가 해석해내는 소리에 대해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소리 모양에 맞춰 프레임을 재조율한다. 그렇기에 한번에 봐도 연주자에 따라 색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며 "때문에 개성이 강한 세계적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캔버스에 옮기면 그들의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컴퓨터처럼 악보 그대로 치는 소리는 회화로 옮기면 내 작품에선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작업을 2011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가 자신의 작업에서 큰 전환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유화작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수채화와 설치 작업을 해왔던 그다.
그는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있으면서 한지로 작업을 하게 됐는데 한지에서는 물감의 번짐이 캔버스와는 다르게 표현된다"며 "유화는 어떤 식으로 번짐이 표현되는지 궁금했고 이를 통해 음 하나하나가 겹쳐지며 화음을 이루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색의 조화, 화음에서 오는 에너지를 관객들이 전시 공간 안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음향을 설치하고 작품에 어울리게 편곡한 곡을 함께 선사하고 있다. 작품 옆에는 편곡한 곡을 개개별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하기도 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은 형식이 중요한 형식예술이기에 회화를 통해서도 이 형식을 완벽히 갖추려했다"며 "고유의 형식을 아는 만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쾌감도 커지는데 귀로만 듣고는 알기 어려운 음악의 형식미를 이 작품을 통해 시각적으로 오랫동안 볼 수 있고 조금이나마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광주신세계백화점 신세계갤러리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한편 이다희 작가는 광주 출생으로 이화여대에서 서양화와 심리학을 전공하고 영국 글래스고 예술대학교에서 회화 석사 과정을 거쳤다. 영국 RSA David michie travel award 2018년 수상을 시작으로 제21회 광주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 2021 제19회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5회의 개인전과 9회의 단체전을 가지며 활발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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