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구성 등 머리 싸매며 4개월 간 제작
20대가 본 5·18 '꿈, 어떤 맑은날' 탄생 비화
열악한 현실이 도화선…문예위 지원사업 선정
"공연 직전까지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배우와 무용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마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4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며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 같아서 뿌듯하고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벅찹니다."
배우 생활만 하다가 돌연 기획자 겸 연출자로서 역량을 보여준 26살 동갑내기 오새희·류건우 배우의 데뷔 소감이다. 이들은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20대의 시각으로 풀어낸 음악시극 '꿈, 어떤 맑은날'을 무대에 올렸다. 오새회·류건희 배우가 기획·연출과 더불어 무대에서 김유진·김은화 무용수와 함께 열연을 펼쳤다.
이들은 "광주에 사는 20대의 새로운 시각으로 오월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면서 "오월 이야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가가기 어렵고 무거운 주제였다. 이러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은 밤잠을 새 가며 만든 데뷔작이라 개인적으로는 100점을 주고 싶다. 다시 한번 작품에 도움을 준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음악시극 '꿈, 어떤 맑은날' 제작 과정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새희씨는 "제가 총괄기획으로 이름은 올라가 있지만, 사실 류건우 배우랑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며 "친구인 건우랑 지난 4개월간 대본 구성, 기획, 연출 등 모든 과정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꿈, 어떤 맑은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예술 분야 청년 예술가를 대상으로 창작 준비·발표 등을 지원하는 사업에 새희씨가 선정되면서 탄생하게 됐다.
올해는 새희씨가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4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젊은 배우들은 지역의 열악한 공연예술 환경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새희씨가 문예위 지원사업에 도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경력이 짧아서 언급하기가 부담되지만 그동안 보고 느낀 점을 말하자면, 광주는 젊은 배우들이 성장할 기회가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주변을 봐도 이곳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서울 등 큰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새희씨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출자의 길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항상 무대 위에 서는 일만 갈망해 왔는데,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되면서 무대 뒤 조연 역할도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며 "작품을 제작할 기회가 또다시 주어진다면 이번 작품처럼 연극·춤·음악·영상·시를 접목하는 등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 단 다음에는 기획이든 연출이든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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