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 작업물 360여점 선봬
유화 등 현대적·실험적 조형기법 눈길
시로 담아낸 감성 한데 묶어 시화집도
"10개월 여를 조지아에서 하루에 두 작품을 만들며 작업에 몰두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자주 사용하던 유화 대신 아크릴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제 작품과는 사뭇 다른 작품들로 꾸며질 겁니다."
지난 4일 한희원 화백이 오는 11일 갖는 트빌리시 귀국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 화백은 지난해 안식년을 갖고 3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떠나 작업 활동에 매진했다.
송정동에서 났지만 전 생애 대부분을 양림동에서 보낸 그에게 트빌리시의 풍경은 전혀 낯설진 않았을테다. 기독교 색채가 풍기는 도시의 모습, 옛 것을 품고 있는 우직함, 많은 골목골목이 자극하는 향수는 양림동과 트빌리시를 겹쳐보이게 한다.
그는 트빌리시를 안식년의 도시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 '고향같았다'고 표현한다.
한 화백은 "5~6년 전 성지순례로 조지아 트빌리시에 가게 됐는데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모습에 감동 받았다"며 "이상하게도 타국에서 고향의 느낌을 받았고 이것을 인연으로 트빌리시에서 머물며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낯선 타지에서 짧게나마 생활을 꾸리게 된 그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방인이 됐다. 이방인이기에 신경 쓸 곳도, 신경 써야할 곳도 없었다. 시와 그림 작업에 완전히 빠져살 수 있게 한 것이 '이방인'이라는 위치였다.
한 화백은 눈만 뜨면 그림 작업에 몰두했다. 하루에 두 작품씩 만들었을 정도다. 시도 틈틈히 썼다. 작품들은 간간히 트빌리시를 방문하는 지인과 가족을 통해 40여 개씩 한국으로 보내졌다. 10개월 동안 만들어진 그림은 360점에 달하고 시는 70편이다.
낯선 곳에 온 만큼 다양한 작품을 제작해야겠다 마음 먹은 그에게,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유화는 작업과 건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 맞지 않는 옷이었다. 대신 태어나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아크릴물감을 주로 활용했다. 긁고 빗고 뿌리며 조형적 실험을 시도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인물을 그렸다. 그에게 트빌리시는 실험의, 변화의 장이었던 셈이다.
한 화백은 "새로운 작업 환경이 마련된 만큼 기존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기존의 문학적 그림에서 벗어나 조형성이 드러나는 그림도 시도하는 등 작고 큰 변화를 줬다. 트빌리시에서의 작업은 인생의 큰 변환점 중 한 지점이다"고 설명했다.
트빌리시에서 작업한 그림은 11일~다음달 7일 광주문화공원 김냇과에 전시된다. 트빌리시에 작업한 25호 크기의 360여점과 귀국 후 작업한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그림과 함께 작업한 시는 시화집 '이방인의 소묘'로 9일 출간된다. 트빌리시에서 쓴 시 70편 중 45편과 기존에 써온 시 중 41편 등 총 86편의 시, 트빌리시의 모습이 담긴 그림 70편 등이 함께 실린다. 지난 1985년 순천문학 창간동인으로 참여해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지 35년 만에 낸 그의 첫 시집이기도 하다.
한 화백은 "트빌리시에서의 시간이 작업 후반기 새로운 길에 대한 갈피를 잡는데 큰 자산이 됐다"며 "이번 전시와 시화집을 통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그의 안식년은 지역 예술애호가 노동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민콘 대표이사)과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 조덕선 SRB미디어그룹회장 등이 한국 최초로 마련해 이뤄졌다.
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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