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도전 성공 가능성 엿봐
주민들 '쓰레기 줄이기' 동참
소비 최고 수준 '재사용' 목표
과일 껍질 건조·용기 세척 필수
"올바르게 버리는 법도 중요해"
[코로나시대 생활쓰레기 팬데믹 ⑩] 광주 동구 '제로 웨이스트' 앞장
"번거롭고 힘들지만,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지키고 확대해 나가야 하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매립장과 소각장은 포화상태여서 버릴 곳이 없다. 저마다 다른 매립장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예정 부지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은 더디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광주 어느 곳이든, 전남 어느 곳이든 내가 버린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하고 집 앞에 차곡차곡 쌓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정말 남의 탓을 할 시간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동구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을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사회 활동이다. 쓰레기가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에 보내지 않는 것이 목표이며, 소비의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 자재가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은 100일 동안 100가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단계이지만,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참여 가구를 점차 확대해 동구 전체는 물론 광주 전역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이 강도 높은 제로 웨이스트가 생활화되도록 한다는 각오다.
◆ 주민들 적극적 실천 절실
광주 동구가 '제로 웨이스트'에 나선 것은 주민 스스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자원 순환 운동이 왜 필요한지 깨닫기 위한 사업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열섬 현상이나 집중호우, 열대야 등 기후 재난이 급증하는 상황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1회 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초 광주 광역매립장은 만장 시기가 2026년이었지만 2022년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매립장 추가 조성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2030년부터 쓰레기 매립 방식이 종량제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을 빼낸 뒤 남은 것만 태워서 매립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올바르게 배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한 주민들은 '쉽지 않다', '재활용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올바른 배출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데, 임의대로 판단해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었다.
이에 동구는 지난 8월16일부터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실험'이라는 주제로 주민 100명을 선정,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 후 보름동안은 평소처럼 버리다가 9월 한 달 간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했다. 9월 한 달간의 참여자를 분석한 결과, 추석이 포함되긴 했지만, 쓰레기 줄이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줄었다.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배운 계기"
두암타운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75)씨는 딸의 권유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했다. 김씨가 집중하는 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우유팩 제대로 벌이기다.
김씨는 "국 건더기나 김치는 국물만 버릴 게 아니라 손으로 꾹 짜서 부피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과일 껍질도 건조해서 버리는 수고로움이 더해지지만 처리 비용도 절약되고 환경도 덜 오염되게 하는 방법이다"고 밝혔다. 그는 "작지만 큰 실천이 이런 부분이고, 모든 가정에서 이 같은 방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우유갑을 올바르게 버리는 법도 터득했다. 이전에는 그저 물에 헹궈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것이다. 우유갑을 평면으로 자른 후 물에 씻어 건조한 뒤 모아서 버리게 됐다.
그는 "이전에는 우유갑을 잘라서 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그저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했을 뿐 동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더 많이 수고스럽지만, 환경 보호에 나도 동참한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고 밝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미라씨 역시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올바른 쓰레기 배출의 가장 큰 문제는 '귀찮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음식을 배달해 해결하는 날이 늘어나고, 물도 끓여먹는 대신 생수로 대체했다. 쇼핑 역시 온라인을 통한 택배 주문도 늘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었다.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면서 음식 포장지는 깨끗이 씻어야 하고, 우유·두유갑이나 유산균 통도 말려서 배출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물기를 제거하고 있다. 과일 껍질 역시 건조해서 버리고 있다.
우씨는 "올바르게 배출하고는 있지만 이 과정이 너무 힘들고 귀찮다"며 "특히 택배 라벨지를 뜯어 따로 버리는 것이 습관이 안됐다"고 반성했다.
그는 "분리수거장에 가면 내 택배 상자만 라벨지가 붙어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뜯어서 버린다고 반성했는데, 알고 보니 경비원이 모인 상자를 하나하나 뜯어냈던 것"이라며 "각 가정에서 잠깐만 신경 쓰면 될 일을 하지 않아 한 사람이 많은 시간 고생한다고 생각돼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요구하자"
이처럼 참여 주민들은 올바른 쓰레기 배출 참여를 통해 저마다 느낀 점은 다르지만 한목소리도 있었다. 바로 제품의 '과대 포장'이었다. 제로 웨이스트 시범 기간 동안 추석이 포함돼 있던 점이,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참여 주민들에게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떤 점인지 크게 깨달은 부분이기도 하다.
60대 주부 김정숙씨는 "추석 선물로 받은 과일의 포장이 큰 종이 상자에 완충 포장지까지 포함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또 김박스 포장이나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도 지나치다고 느꼈다"며 "기업은 안정 배송 등의 이유로 여러 겹 포장하고, 부피도 키우고 있다. 쓰레기를 만드는 원인이 기업에 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요구에 따를 것이다. 기업이 쓰레기 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일은 각 가정에서, 시민들이 과대포장을 하지 말자고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로 웨이스트, 21세기형 '아나바다'
제로 웨이스트는 새롭게 등장한, 어렵거나 힘든 환경운동이 아니다. 쉽게 말해 21세기형 '아나바다'운동이다. 쓰레기 줄이기 20가지 실천과제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동구의 제로 웨이스트 초점은 올바르게 분리배출하자는데 맞춰졌지만, '순환 이용'과 '공유 교환' 등 쓰레기화되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잘 선별하고 고르는 안목도 함께 키우고 있다. 더불어 '남이 쓰던 중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결국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동구가 진행하고 있는 상황별·성상별 '쓰레기 줄이기 100가지 실천 방안' 중에는 실천이 쉽지 않은 것도 포함돼 있어 참여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동구 관계자는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을 선포한 후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위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다양한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바른 배출 습관화와 꾸준한 실천을 통해 주민들이 제대로 실천해 동구 13개 동으로 확대한 후 광주 전역은 물론 전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쓰레기 문제 더 늦기전 나부터, 100인 실험 성공하면 많이 동참할 것"
임택 동구청장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
생활실험 등 가시적 성과 거둬
'비헹분섞' 자원순환 가능케 해
"쓰레기 문제 해결, 동구민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기 바랍니다."
광주 동구는 지난해 '쓰레기 없는 동구 원년'을 선포한 후 쓰레기 감량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매년 5%의 생활쓰레기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결과 생활쓰레기 6.8% 감소, 재활용은 84.7%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 덕분에 매니페스토 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환경부가 226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성과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광주시의 '자원순환형 도시환경구현 정책' 최우수 자치구로 뽑히고 환경부의 스마트그린도시 공모에도 선정돼, 쓰레기 문제 해결 선두 지자체로 거듭나고 있다.
임택 동구청장은 "쓰레기 문제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풀어가는 자원순환 마을을 운영하고 있고, 단독 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분리 수거율을 높이는 '재활용 동네마당'도 설치했다"며 "또 전국 최초로 전통 시장에 음식물 종량기도 설치하고, 불법 투기가 심한 곳은 주민들이 나서서 정원으로 조성하는 등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있어 주민들의 참여율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줄이기 100일 도전! 생활 실험'도 주민 스스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자원 순환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다.
임 구청장은 "이 실험은 '비헹분섞'이 포인트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배출할 때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기에 익숙해지길 바란다"며 "아직 50여 일이 남았지만, 실험은 성공적이다. 참여자들이 적절하게 분리배출하고 있어 자원순환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귀찮다'는 이유로 분리 배출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다'며 무분별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 반성하고 습관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또 심각성을 깨닫고 보람은 느끼면서 주변에 전파해 '약간의 불편이 미래를 위한 탄탄한 받침돌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구는 이번 실험을 내년에는 동구 13개 동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 구청장은 "기후 위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100명의 행동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100명이 1천명이 되고, 광주 전체로,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되면 결국 전 세계인이 다 동참하게 될 것이다"며 "더 늦기 전에 '나부터 나서기'에 동구가 먼저 시작했다. 이 실험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우리 동네 '물난리' 만든다 19일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상가 앞 도로 빗물받이 주변에 비닐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최근 연이은 집중호우로 광주·전남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도로의 배수구와 빗물받이 막힘은 인적·물적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관계당국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특히 광주지역 7만개가 넘는 빗물받이와 배수구를 담당하는 인원이 50여명 뿐이어서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도로에 버리지 않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21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5시20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송정지하차도가 1시간 가량 침수됐다. 당시 지하차도에는 7~10cm 정도 높이의 물이 차올라 소방당국이 오전 6시20분까지 배수작업을 진행했다.소방당국은 침수 원인에 대해 도로정비를 실시한지 3개월가량이 지나 플라스틱 물병과 토사 등이 쌓이면서 배수구가 막혀 침수됐다고 밝혔다.지난달 26일에는 오전 4시54분께 광주 서구 광천동의 한 가게에서 '바닥에 물이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모래와 쓰레기로 인해 하수구로 배수가 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뒤 이를 제거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빗물받이는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도로와 인도 주변에 설치되는 배수 설비로 빗물을 모아 우수관이나 오수관으로 보내는 관로 입구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막힐 시 침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소방 관계자는 "길가에 있던 낙엽과 쓰레기들이 장맛비에 휩쓸려 빗물받이를 막는 경우가 6월 말 장마 시작 시기에 많았다"며 "행정의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배수시설 막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실제 최근 3년간 광주·전남소방에서 빗물받이 막힘 등으로 배수조치를 위해 출동한 건수는 연도별로 2020년 49건, 2021년 51건, 2022년 73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특히 올해 장마가 시작된 6월25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전남소방본부에서 집계한 배수지원 출동한 건수는 총 167(광주 126·전남 41)건이다. 장마기간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지난 3년간 출동 건수를 뛰어넘고 있었다.또 올해 장마가 시작된지 27일째인 이날까지 각 자치구에 들어온 빗물받이 관련 민원건수는 동구 73건, 서구 40건, 남구 39건, 북구 200건, 광산구 120건에 달한다.광주지역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동구 8천15개, 서구 1만6천92개, 남구 6천776개, 북구 1만3천793개, 광산구 3만237개로 총 7만4천913개다.하지만 7만여개가 넘는 빗물받이를 관리할 인력은 5개 자치구를 합쳐서 53명뿐이다.이에 각 자치구 담당자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빗물받이가 막힐 우려가 있는 행위를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광주시 관계자는 "빗물받이가 막혔을 때 신고해 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을 버릴 시 빗물받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러한 행동은 삼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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